서류접수·적성검사 끝난 시점에 김 의원 딸 지원
온라인 인적성 검사 결과 '불합격→합격' 조작돼
검찰 "당시 인재경영실장, 청탁 별도 명단 관리"
서류·적성·실무면접 다 떨어지고 부활 사례까지
4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서유열 전 KT 홈고객 부문 사장은 지난 2012년 10월 당시 이 회사 인재경영실장이었던 김상효 전 전무에게 이같이 말했다.
당시는 KT가 이미 하반기 대졸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서류접수는 같은 해 9월1일 시작해 17일 마무리됐고,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10월7일 실시된 적성검사까지 끝난 시점이었다. 국회의원 딸이라고 해도 적법한 방법으로는 채용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김 전 전무는 대담하게도 같은 달 15일 인력계획팀에 "김 의원 딸을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해서 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서류 접수가 끝난 지 한달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 무에서 유를 만들라는 지시였다.
입사지원서를 접수하지 않은 김 의원의 딸은 이렇게 '서류전형 합격자'가 됐다. 적성검사는 뛰어넘고 다음날 진행된 온라인 인성검사에 응시했다.
그런데 '난관'이 또 생겼다.
김 의원 딸이 인성검사 결과에서 D형을 받아 불합격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D형은 '성실성, 참여의식 등이 부족해 최소한의 업무수행이 예상'되는 타입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면접 전형으로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권한을 가진 자들이 불합격을 합격으로 고치기만 하면 간단히 극복할 수 있다. 최소한 검찰 공소장으로는 그게 바로 김 의원 딸의 경우였다. 김 의원 딸은 그해 11월2일과 29일 2차례 면접을 보고 KT 정규직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대졸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들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회장이나 사장 등이 관심을 가지는 특정 지원자들을 '내부임원추천자'나 '관심지원자'로 분류해 별도의 명단으로 관리했다"며 "합격여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각 전형별 심사위원들의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채용 관련 심사업무 및 KT의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방해하기로 모의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는 김 의원 딸 외에도 규정된 전형을 건너뛰거나 합격이 불합격으로 탈바꿈된 사례가 다수 적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전무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김종선 전 KTDS 사장의 딸을 합격자로 조작해 다음 전형을 응시토록 했다. 김 전 사장의 딸은 적성검사를 건너뛰고 온라인 인성검사를 본 뒤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김 전 사장과 김 전 전무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한국공항공사 간부와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의 자녀도 특혜를 본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1차 실무면접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면접 결과가 조작돼 2차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나머지 한 명인 A씨의 경우 서류전형과 적성검사, 1차 실무면접에서 번번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전무가 A씨가 합격한 것처럼 평가결과를 조작토록 지시했다. 김 전 전무가 누구의 부탁으로 A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는지는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2012년 당시 KT 회장인 이석채 전 회장을 지난달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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