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극이든 현대물이든 사람은 사람, 영화 '필그리미지'

기사등록 2019/04/02 12:24:02
영화 '필그리미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현재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하며 흥행에 성공한 중세 배경의 영화는 많다. 독재시대를 보여주는 '글래디에이터', 오만가지 편견을 지닌 인간의 마음을 그린 '오만과 편견', 전쟁의 참상과 종교의 이름으로 소녀에게 드리워진 약탈을 담은 '잔 다크'까지.

11일 개봉하는 '필그리미지' 역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중세 배경의 영화다.

중세시대는 종교가 신념의 전부였다. 이로 인해 전쟁까지 발발했다. 이 시기 인간에게 신념은 스스로를 유지하는 기둥이었다. 자신을 지키는 무기이자 절대선이기도 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각기 다른 종교적 신념을 품고 여정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톰 홀랜드
존 번설

리처드 아미티지
성물을 지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강단있는 모습을 보이는 '디아뮈드'(톰 홀랜드), 침묵의 서약을 하고 수도사들을 따르며 구원을 원하는 '벙어리'(존 번설), 십자군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쟁의 폭력성을 목격하고 정신적으로 망가져 버린 '레이먼드'(리처드 아미티지)가 주요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은 십자군전쟁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 아일랜드의 수도원은 성물을 지키고 있다. 교황은 십자군전쟁의 승리를 위해 로마로 성물을 가져오기를 원한다. 로마에서 온 수도사와 아일랜드에서 성물을 지킨 '디아뮈드'와 '벙어리', 수도사들은 로마로 향한다. 하지만 성물을 노리는 '레이먼드' 일행이 나타나면서 죽을 위험에 처한다.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강한 신념의 막내 수도사 디아뮈드, 과거를 숨기고 임무를 위해 거침없이 적을 처단하는 벙어리, 성물을 훔치려는 야망가 레이먼드 중 최후에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는지, 성물이 무사히 로마에 도달하는지가 감상 포인트다.

수도사와 벙어리 간의 '남남케미'는 또 다른 재미다. 당시 톰 홀랜드(23)는 '스파이더맨' 오디션, 존 번설(43)은 '퍼니셔' 오디션을 준비 중이었다. 서로 오디션 영상을 찍어주며 도움을 주고받았다. 브로맨스는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수도원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은 디아뮈드와 이를 지키는 벙어리는 눈빛 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CG가 없는 리얼액션이 볼거리를 더한다. 홀랜드는 10대 이후 촬영한 '더 임파서블' 등 큰 영화들마다 몸을 써야하는 장면이 많이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번설은 '퍼니셔'의 캐릭터처럼 야성미를 분출하며 인정사정없이 통쾌한 액션연기를 펼친다. 라틴어, 게일어(아일랜드 언어), 영어, 프랑스어 등 여느 영화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 등장해 들을거리도 쏠쏠하다.
'영원한 사랑(2013)'과 '세비즈(2009)'를 연출한 감독 브랜던 멀다우니를 포함한 영화 제작진은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이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 듯 싶다. 이들이 제시한 주제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95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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