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 미국과 관계 악화 피하기 위해 CIA 연관 발표 안해"
"주스페인 한국대사관, 사건 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듯"
【서울=뉴시스】양소리·오애리 기자 = 미국 북한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2월 22일 벌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용의자 10명 중 적어도 2명이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됐다고 27일(현지시간)보도했다.
전날 스페인 고등법원이 습격 사건의 핵심 용의자가 미국으로 도망친 뒤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CIA까지 이번 사건에 연관이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NK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용의자 중 2명 이상이 북한대사관 습격 전 CIA 관계자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스페인 정보 당국은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으나, 미국 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확답도 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다만 "CIA가 습격 사건에 자금을 지원했거나 직접적으로 공격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NK뉴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들이 CIA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 수사관들이 일부 용의자들과 CIA 간의 연관성에 관한 정보를 현지 언론들에 흘렸다. 그 결과, 지난 12일 현지언론 엘 콘피덴시알이 사건의 배후에 CIA가 있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 다음 날인 13일엔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가 경찰과 정보기관이 침입자들 중 2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이들이 CIA과 연관돼있는 것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CIA는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CIA의 답변을 신빙성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NK뉴스는 우리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소식통은 NK뉴스에 스페인 한국대사관 역시 북한대사관 습격과 관련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마드리드에 있는 한국대사관도 이 사건(습격)이 발생하기 직전, 그리고 직후에 어느 정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의 북한 측 활동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습격사건을 이끈 멕시코 국적의 북한 인권운동가 에이드리언 홍 창의 움직임을 놓쳤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가 침입 전에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엘파이스는 홍 창이 습격 2주 전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자신을 아랍에미리트와 캐나다 등에 사무실이 있는 기업가 행세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이어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스페인 당국과 접촉했다. 심지어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북한 직원을 위해 통역 지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 뉴스포털 보스포룰리에 따르면, 마드리드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인 2월 28일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을 찾아와 북한 대사관에 드나들었던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침입자들 중 한국 국적자들이 있다고 경찰에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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