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45)은 4월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을 이렇게 소개했다. 2014년 4월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 남겨진 이들이 서로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온전히 영화로 평가받지 못하고 세월호를 다뤘다는 이유 만으로도 공격을 당할까봐 겁이 났다. 감독도 배우들도 하나하나 결정할 때 '좋아요'하지 않고 '괜찮을까요'라고 물으면서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다 같이 아프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팠지만 또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오히려 내가 위안을 받았다. 그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큰 힘이 되어줬다.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만든 영화도 아니다. 생일 모임에 초대받은 상황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지만, 감사함으로 마음이 바뀔 수 있는 영화다."
이창동(65) 감독의 '밀양'(2007), '시'(2010)의 연출부 출신 이종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밀양' 촬영 당시에 어느 누구도 내 옆에 잘 오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뭔가 절박했다. 이 감독이 스크립터로 참여했는데 나와 눈도 못 마주쳤다. 시간이 지나고 이 감독은 '언니', 나는 '종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생일' 시나리오를 읽고나서는 감독으로 호칭을 바꿨다.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도연의 배역은 엄마 '순남'이다. 아들을 잃은 상처를 묵묵히 극복해가며 딸 '예솔'(김보민)과 살아가는 인물이다. 특수한 사정으로 가족을 지키지 못한 남편 '정일'(설경구)을 원망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많이 울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순남을 앞서나갈까봐 걱정이 됐다. 감정에 너무 깊이 빠질까봐 한 발자국 멀리서 보려고 했다. 감정을 자제하면서 찍을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느낀대로 감정이 다 나오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했다."
'밀양'에 이어 자식을 잃은 엄마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밀양' 이후에 아이 잃은 엄마 역할을 다시 안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이상 엄마로서 다른 마음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설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일'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밀양'의 신애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물이지만 '생일'의 순남은 아들을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했다."
배우 설경구(52)와 오랜만에 작품에서 재회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2001) 이후 18년 만이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설경구에 대해 "굉장히 어릴 때 만나서인지 친정오빠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함께 연기해서 좋았고 너무 편했다. 18년 전이랑 똑같은 기분이었다. 설경구가 무뚝뚝한 편이고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굉장히 많이 의지를 했다. 옆에 묵묵히 서있는 것 같다."
1997년 영화 '접속'(감독 장윤현)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영화 '약속'(1998), '내 마음의 풍금'(1999), '해피 엔드'(1999),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너는 내운명'(2005), '멋진 하루'(2008), '하녀'(2010), '카운트다운'(2011), '무뢰한'(2014), '남과 여'(2015), 드라마 '별을 쏘다'(2002), '프라하의 연인'(2005), '굿 와이프'(2016) 등 수많은 히트작과 화제작을 내놓았다. '밀양'으로 2007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칸의 여왕'라는 별명도 얻었다.
"연기생활을 통해 작은 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여배우로서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 것 같지만 나도 무수리다. 하하. 보통의 일상을 살고 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키우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다. 특별한 일을 바라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지 생각하지만, 그런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그냥 가족 모두 건강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벌 받을 것 같다.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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