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일 서울 서초사옥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 개최
1000여명 일시에 몰려 입장 과정 길어져...인근 대로변 '장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재..."내년 철저히 준비할 것"
이사선임 자격 묻기도...의장 진행 과정 문제 삼아 '눈길'
소액주주들 활발한 참여에 3시간 진행...이재용 부회장은 불참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이종희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액면분할 이후 처음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늘어난 소액주주로 인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에 1000여명이 몰려 대기줄이 인근 대로변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이에 현장에서 긴 대기시간에 지친 소액주주들의 행사장 입장 방식에 항의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입장 지연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소액주주들은 주총 안건을 처리하는 방식도 문제를 삼기도 했으며,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질문을 해 경영진을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오전 9시께 시작해 ▲재무재표 승인 ▲신규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등 주요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안건별로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3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다.
20일 제50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빌딩 앞은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몰린 주주들로 북적였다.
5층에 마련된 행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엘레베이터에 탑승해야 하는데, 탑승인원인 제한적이어서 대기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입장은 주총 시작 시간을 넘겼다. 일부 주주들은 줄어들지 않는 대기줄에 원성을 터트렸다. 주주들의 입장은 주총 시작 한 시간 반을 넘긴 오전 10시30분께 마무리 됐다.
행사장에서 진행을 맡았던 한 회사 관계자는 "주총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혼잡한 주총장은 예상된 결과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실질주주는 78만8000여명으로, 2017년 말 15만8000여명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50대 1 비율의 액면분할 이후 소액주주가 크게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주주권 보장을 위해 지난해 400여개였던 좌석 수를 두 배 이상 늘리고 쌍방향 중계가 가능한 설비를 준비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입장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주총이 시작되자 입장 과정을 문제삼는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한 소액주주는 "지금 밖은 미세먼지로 난리인데 한 시간이나 서 있었다"며 "액면분할 이후 주주들이 많아질 것이라 이야기는 다나왔는데 이렇게 밖에 준비를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다른 소액주주도 "2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이제서야 입장했다"며 "주주들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주주들의 불만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 부회장은 "회사는 작년보다 많은 주주들이 오실수 있도록 교통 편의와 시설, 환경을 강화해 추가적인 좌석을 마련했지만 불편을 끼쳐 드린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 여러분 모시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통해 "장소가 협소해 입장이 지연되는 등 주주님들께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해 주주님들께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액면분할 시점 대비 떨어진 주가에 대해 경영진들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50대 1로 분할된 주식이 5만3000원이었는데, 지금은 4만3000원이다"라며 "경영진들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부회장은 주가에 대해 "회사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의 전반적인 다운사이클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주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회사 임직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겠다. 주가 상승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삼성의 특수관계법인에 근무해 '독립성 논란'에 휘말린 박재완 사외이사 내정자와 안규리 사외이사 내정자 선임 안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 내정자에 대해 한 소액주주는 "박재완 사외이사 내정자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소속인데, '셀프추천'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사추위 위원장이 "논의할 때 추천할 수 없다"며 "의견제시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소액 주주는 박 내정자의 기재부 장관 등 경력에 대해 "좋게 보면 폭 넓은 경험을 갖춘 것이지만, 나쁘게 보면 '정경유착'이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 부회장은 "결격 사유가 없다"며 "교수로 재직하며 자유로이 학문을 연구하고 있는 만큼 독립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안 내정자에 대해서는 의료인 경력이 삼성전자라는 회사와 부합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중요성이 커지는 환경, 안전, 보건, 사회공헌 등에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선임 안건을 박수로 통과시키려는 김 부회장의 진행을 문제삼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주주투표를 통해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표결방법에는 투표도 있지만 기립, 거수 등 여러가지가 있다"며 "공정성이 확보되는 한 의장은 적절한 표결방법을 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경영진을 당황케 만드는 질문도 나왔다. 한 소액주주는 "의안 순서가 가나다 순인지, 다른 규정이 있는지 알려 달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다른 소액주주는 "삼성전자가 돈을 많이 버는데 이미지는 좋지 않다"며 대외이미지 제고에 나설 것으로 요구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자회사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훈 이사회 의장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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