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이의 반성문이다.
“공백기는 배우에게 마음 아픈 시간인데,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슬럼프가 왔을 때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뭘 잘못했나?’ 많이 생각했다. 스물세 살에 데뷔하자마자 사랑을 받아서 성숙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여러 가지 고통도 얻었고, 고치기 위해서 노력도 많이 했다. 이제 나이도 들고 조금 성숙해진 것 같다.”
데뷔작인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 속 ‘임메아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당시 ‘신사의 품격’은 시청률 20%를 넘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윤진이는 ‘최윤’ 역의 김민종(47)과 로맨스 연기를 하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갑자기 주목을 받아 어린 나이에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터다.
“어리둥절했다. 그렇다고 어깨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갑자기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었다. 친구들은 밖에서 놀고 술 마시는데 나는 너무 힘들었다. 갑자기 스타가 돼 ‘이런 행동하면 안 된다’고 하고 제약이 많아서 점점 고립됐다. 광고 촬영 등으로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왜 이 나이에 일만 해야 하나’ 우울해했다. 때문에 조금 오해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인사를 해야 하는지 등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누군가 가르쳐줬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잘못했다. ‘그때 잘 할 걸’하는 후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내 성격을 아는 분들이 많이 없다. 그냥 오해만 하는 것 같다”며 “나랑 얘기해본 기자들이 많이 없는데, 다들 추측하는 것 같다. 그런 소문을 들을 때 많이 당황했다. 나랑 직접 얘기하지 않고, 마음대로 생각해서 얘기하는 게 마음 아팠다. 이번에 작품 끝나고 인터뷰를 진짜 하고 싶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인터뷰도 ‘신사의 품격’ 이후 7년여 만이다. KBS 2TV ‘하나뿐인 내편’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드라마가 잘 돼 용기가 생겼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 받는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나도 다야 같은 시누이 만날까봐 겁난다”면서 “‘시누이한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더라. 유이 언니한테 나쁘게 굴 때 마음이 아팠다. 실제로는 정말 친하다”며 정색을 했다.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신경 쓰지 않는데, 개인 SNS로까지 들어와서 악플을 달 때는 발끈한다. 부모 욕까지 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어중간하게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욕먹어도 자신 있게,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결단했다.
윤진이에게 장다야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임메리아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캐릭터’라고 자부한다. 20대에 연기한 임메아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30대에 만난 장다야는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하나뿐인 내편’은 다야 이야기가 50% 가까이 되지 않았느냐. 그래서 더 애착 가는 부분도 있다”며 “어렸을 때 메아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됐고, 다야는 한층 성숙해졌을 때 만난 친구다. 메아리는 20~30대가 좋아했다면, 다야는 40~50대 중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둘 중 누가 더 좋다고 말할 수가 없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자는 선택 받는 직업 아니냐. 사실 돈을 잘 못 번다. 많이 버는 사람도 있지만, 프리랜서라서 고정 수입이 없다. 2년 동안 놀 때 백수가 된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나?’ 고민했다. 서른이 되면서 모든 일에 신중하고,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그런 것들을 해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바로 차기작을 결정할거다.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하고 싶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코미디이고, 그 다음이 로맨스다. 장다야보다 더 깊이 있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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