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1개 기관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조사
상품권 구매 후 수백만원 개인 용도로 사용
법무부 직원, 마트 장볼 때 업무추진비 결제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여전히 일부 공무원들에게 업무추진비는 '눈먼 돈'이었다.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서 개인적으로 착복했고, 심지어 라면이나 두부 같은 식료품을 살 때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공무원도 있었다.
13일 감사원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11개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관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이라고 할 수 있는 부정사용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행정안전부 소속 A 직원은 2017년 9월 업무 회의를 위해 필요한 음료 등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25만원의 상품권 중 10만원은 직원 격려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5만원은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는데 사용했다.
A 직원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8차례에 걸쳐 422만원의 상품권을 구입한 후 292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기획재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 소속 B 직원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43만원의 상품권을 구매해 10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B 직원과 같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에 소속된 C 직원 역시 2017년 6월부터 두 달간 81만5000원의 상품권을 사서 28만3000원을 혼자 쓰기도 했다.
국무총리비서실 D 직원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상사로부터 국회 지원 업무에 사용하라며 받은 11만원의 상품권을 챙기는 등 7차례에 걸쳐 117만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개인 호주머니를 채웠다.
또 업무추진비로 식료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등 장을 보거나, 유흥주점에서 술값을 지불하는 데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무부 법무연수원 E 직원은 자신이 사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총 24회에 걸쳐 100만원 가까운 업무추진비 카드를 긁었다.
해당 직원이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품목에는 라면과 두부 등 갖가지 식료품은 물론, 여성위생용품 등 생활용품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결제 후 마트 계산원에게 영수증에 구입품목이 나오지 않고 총액만 표기되도록 발행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처음부터 부정 사용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소속 정책기획위원회 F 국장은 2017년 11월14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유흥주점에서 음주 등을 즐기고 25만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했다.
F 국장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처리하는 실무자에게 영수증만 제출하고 누구와 어떤 목적에 사용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실무자 역시 A국장의 업무추진비 집행을 ‘운영 부처 관계자 간담회’에 사용한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
이 같은 사례 외에도 업무추진비가 부족하다는 사유로 전용이나 세목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속기관 업무추진비를 본부에서 사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집행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심야 시간대나 휴일 등 사용이 제한되는 때에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도 이를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한 업체에서 사용한 내역을 여러 번 쪼개서 소액 결제하는 방식으로 눈속임 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11개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 1만9679건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1764건의 부적절한 사용 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36건의 위법·부당 및 제도개선 사항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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