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과 카톡방에 함께 있었거나 그와 1대 1로 대화한 연예인들, 심지어 그와 평소 친분이 있는 연예인의 이니셜과 이름이 온라인과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온갖 추측과 루머도 확산일로다.
◇정준영·승리, 일부 연예인들의 몰지각
3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준영의 스마프톤은 '황금폰'으로 명명됐다. "카톡만 하는 황금폰이 따로 있어요. 포켓몬 도감처럼 많은 분들이 있어요"라는 가요계 후배의 증언 때문이다.
하지만 이 황금폰은 '악의 소굴'이었다. 정준영이 여성과 성관계를 맺을 때 몰래 촬영한 영상들이 들어 있었다. 피해 여성만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의 카톡방은 승리가 자신의 사업에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성접대 통로로 악용됐다. 이 카톡방에서 주고 받은 메시지는 승리의 악행 증거였다.
정준영이 승리 카톡방을 비롯한 지인들과 단체의 카톡방 그리고 1대 1 카톡방 등에 몰카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준영 카톡방'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정준영이 성관계 몰카를 올리며 "오늘 보자마자 상가에서 XX" "나는 쓰레기야 ㅋㅋㅋㅋ" 등 보통사람들은 생각하기 힘든 멘트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톡방 멤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 집단이 여성을 물건으로 대했다는 방증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2일 '남성 유명연예인들의 성매매 알선 및 이른바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에 여성을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여기는 왜곡된 시선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준영이 몰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6년 옛 여자친구 A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던 만큼, 상습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A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준영은 "장난삼아 촬영한 짧은 영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이날 정준영이 수십 개의 카톡방을 만들고 몰카를 공유하는 등 상습적이라고 폭로했다. 이 매체는 2016년 정준영이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익명의 관계자가 "'죄송한 척 하고 올게'라고 말했다"고 보도,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정준영이 얼굴을 알린 것은 2011년 코미디TV '얼짱시대5'다. 이후 인디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2012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슈퍼스타K' 시즌4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우승한 로이킴과 듀엣으로 부른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영상이 온라인에서 회자될 정도로 주목 받았다.
이후 결성한 밴드 '드럭 레스토랑'(옛 정준영밴드)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했으나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tvN '집밥 백선생', SBS TV '정글의 법칙', tvN '짠내투어' 등에서 예능감을 뽐냈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1박2일'을 통해 전국구 연예인이 됐다. 2016년 몰카 논란으로 인해 하차한 그에게 복귀의 기회를 마련해준 프로그램이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몰카 시비 이후 '1박2일'과 '짠내투어'에서 즉시 퇴출당했다.
연예계에서는 '승리 경계령'과 함께 '정준영 경계령'이 내려졌다. 정준영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룹 '하이라이트' 용준형, 밴드 ‘FT아일랜드’ 이홍기는 실명이 거론된 채 루머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이들은 해명 또는 부인에 나섰고 오해로 판명됐다.
승리 또는 정준영과 친한 연예인들은 흔적지우기에 나섰다. 승리와 정준영, 그리고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이 동업한 '밀땅포차'는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짠내투어' 등에서 정준영과 친분을 자랑하던 유튜버 영국 남자 조쉬는 정준영과 함께 촬영한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에서 내렸다.
'연예계 쇼크'라 할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승리, 정준영 건으로 연예인 자체가 위험리스크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엔터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준영 관련 루머에 휩싸인 연예인 소속사들은 즉각 입장을 내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정준영 관련 '트와이스' 멤버가 루머에 휩싸이자 JYP엔터테인먼트는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에 대해 법적으로 가용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준영과 관련, 이름이 언급되거나 포털 사이트에 연관 검색어로 떠도 기획사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여겨지던 '클럽 버닝썬 논란'이 승리, 정준영을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시킬 정도로 비화하자 무조건 몸을 낮추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문제의 인물들과 어디서 어떻게 얽힐지 모르니 일단 소속 가수들에게 무조건 조심하라고 일러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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