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해 3월22일 구속
법원 "재판부 새로 구성…심리기간 부족"
보증금 10억 납입, 주거지 자택 제한 등
건강 이유로 병보석해달라 요청은 기각
강남경찰서에 '보석 준수 조치' 등 요구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 기간이 다음 달 9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만기 날에 판결을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저희 재판부에게는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종전 재판부가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감안할 때 항소심 구속 만기인 4월8일까지 충실한 항소심 심리를 끝내고 판결을 선고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과 달리 측근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증인신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기 위해 ▲보증금 10억원 납입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 ▲피고인 배우자와 직계혈족, 혈족배우자, 변호인 이외의 접견 및 통신 제한(이메일, SNS 포함)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까지 지난주의 시간활동내역 보고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서울대병원을 주거지로 해달라는 이 전 대통령 측 병보석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거지는 주소지로만 제한하고 주거지 밖으로 외출도 제한한다"며 "만일 피고인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으면 그때마다 사유와 진료할 병을 기재해 법원 허가를 받고 진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보석금의 수령이나 석방 등 집행 절차는 검찰이 지휘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금을 납입한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석방 절차를 지휘했다.
재판부 소속 사무관과 법원보안관리대 담당자는 이날 오후 4시께 이 전 대통령의 자택 관할인 강남경찰서를 방문할 예정이다. 보석허가 결정에 대한 후속조치다.
법원 관계자는 "경찰서를 방문해 재판부의 '보석조건 준수에 대한 조치 요구' 등을 전달하고, 논현동 사저를 방문해 보석 조건의 재고지 및 보석 결정에 따라 피고인이 제출 의무를 부담하는 '보석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 및 각종 서식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보석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20일 이내 감치 대상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2일 구속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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