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1차 회담 때와 달리 비교적 차분…'포스트 하노이' 구상
文, 오늘 한·UAE 정상회담 집중…시시각각 협상 상황 전달받을 듯
靑 "모든 것 북미회담 합의 결과에…하노이 상황 지켜볼 수 밖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에서 한 발언 한 줄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체로 낙관적 전망 속에서도 모든 관심은 베트남 하노이를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개월 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그리며 노심초사 북미 두 정상의 '비핵화 담판' 결과를 기다리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종전선언의 기대치를 스스로 낮춘 문 대통령은 '포스트 하노이' 체제에 시선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경제협력사업 등 국제 제재에 갇혀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던 사안들을 선제적으로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던 소극적 의미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국제자본의 본격 유입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적극적 개념의 '신(新) 한반도 체제'로 발전했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 상황은 넘겼다는 인식이 문 대통령에게 더 큰 꿈을 품게 한 바탕이 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반목으로 점철됐던 북미 70년사를 뒤로 한 채 양국 정상이 두 차례나 마주 앉을 정도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향한 기대는 안정감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행보에서는 그런 안정감을 엿볼 수 있다. 경제 주체별 간담회(벤처·자영업자)와 지방 경제투어 속에 두 차례의 정상회담(오스트리아·인도)을 소화했다. 북미 정상회담 기간 중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를 맞이할 정도로 경제·외교안보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국내 대형 이벤트도 앞두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 자신감의 원천으로 볼 수 있다. 돌발 변수만 없다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나머지 과정은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라는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북미회담의 결과가 큰 진척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는 김의겸 대변인의 담담한 논평에서도 낙관적 전망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위기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물밑에선 이미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교차 한다. 북미 간 합의 결과에 따라 미국과 북한 사이를 오가는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력이 다시 한 번 발휘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19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하노이 회담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2차 북미회담 후 한미 두 정상 간 통화에서 그 얘기가 진행될 수 있는 문제"라며 문 대통령의 워싱턴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동력삼아 한미 정상회담→남북 정상회담을 잇따라 개최, 비핵화 합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 위원장 자리를 넘겨받은 노영민 비서실장이 "올 상반기는 무척 바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27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의 한·UAE 정상회담이 잡혀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진행 상황을 보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중간 하노이에 파견한 인력으로부터 현지 소식을 전달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본격적인 회담이 시작되는 28일 북미 간 완성한 합의문을 전달받고 이후 행보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달려있다"며 "그 전까지는 하노이 상황을 지켜보는 수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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