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통성 인정하는 표현' '트럼프 메시지의 북한 주민 전달'도 중요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북한의 핵활동 및 핵시설 목록, 전문가에 의한 현장 사찰, 한국의 정통성 인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북한 언론 등 네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주장했다.
WP 칼럼니스트 헨리 올슨은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헨리 웬트 정치경제학 석좌의 평가를 인용해 그같이 주장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 훌륭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위 네가지 점이 충족된다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에버스타트는 우선 북한은 핵활동과 핵시설의 완전한 목록을 "제공할 의사를 보인 적이 없다"면서 목록을 제공하면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디에 무엇이 있는 지를 알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한다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둘째, 국제 전문가가 현장에서 무작위로 사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에버스타트는 주장했다. 특히 사찰관이 정해진 시일 내에 정보기관이 파악하고 있으나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시설을 사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에버스타트는 강조했다.
세번째, "북한은 아직도 한국을 자유로운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는 모든 문서에는 한국을 북한이 말하는 '남한'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명칭이 들어가야한다"고 에버스타트는 지적했다.
마지막 네번째 관건은 순전히 정치적인 것으로 북한 당국이 통제하는 언론 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감없이 북한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에버스타트는 주장했다. 평화와 우호관계에 대한 희망이 제대로 전해짐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슨 칼럼니스트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위 네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합의에 서명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슨 칼럼니스트는 1986년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미소정상회담을 예로 들면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에서 핵감축합의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고르바초프가 미사일 방어체제 연구 중단을 요구하자 회담을 중단하고 빈 손으로 회담장을 떠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구 소련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협상에 다시 응했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대한 반대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올슨 칼럼니스트는 평생 수많은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면 더 많이 지불하게 된다"는 격언을 잘 알 것이라면서 최상의 성과를 기대해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버스타트 석좌가 제시한 성공의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면 레이건 전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