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하노이 담판, 종착지 임박…운명의 한 주 시작됐다

기사등록 2019/02/25 12:15:00 최종수정 2019/02/25 12:29:17

트럼프-김정은 각각 전용기, 열차 타고 26일 하노이 도착

비건-김혁철 실무협상단 접촉, 막판까지 의제 줄다리기

합의문 관련 트럼프 낙관론 부각…폼페이오 기대치 낮춰

"서로 판 깨지 않고 합의문 어느정도 모양새 갖춰 낼 것"

【하노이(베트남)=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미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호텔 앞에서 25일 오전(현지시각) 무장을 한 베트남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19.02.25. fine@newsis.com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오는 27~28일 도널드 미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 이를 견인할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양국 정상이 어디까지 합의해 베트남 공동선언을 도출할지에 당사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하노이행 전용열차에 몸을 실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태평양을 건너 결전의 장소로 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내일(25일) 일찍 베트남 하노이로 떠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때는 김 위원장과 마주앉기 이틀 전 도착해 다음 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북미 2차 정상회담 의전·경호 준비를 위해 지난 16일께 베트남에 들어온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박닌성 옌퐁공단인근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전날 오후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출발 소식을 신속히 보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나아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발행한 총 6개면 중 1면과 2면, 3면, 5면 등 총 4개면에 걸쳐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과 관련한 보도를 대서특필했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을 경유하지 않고 톈진을 거쳐 중국 대륙을 지나 하노이로 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4500㎞ 거리를 60여시간 전용열차로 달리면서 참모진들에게 실무회담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의제조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6일께 모두 하노이 땅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김난영 기자 =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호텔에서 24일 오후 북한 측 경호인력들이 저녁식사차 호텔 내 레스토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02.24.
김 위원장의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면담 등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3월1일 또는 2일까지 하노이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차 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진들의 접촉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정상회담 의제 관련 실무협상을 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를 각각 수석대표로 한 양국의 협상단은 전날에도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3일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현지 언론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2.24.kkssmm99@newsis.com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현재 북미 간 의제 협상은 본국의 지침을 받으며 문안을 다듬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공유했던 비전을 2차 회담을 계기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두고 양국이 막판까지 의제 조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이견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 북미 실무협상단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만남을 거듭하며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과 26일에는 양국 정상이 발표할 '하노이 선언'의 합의문 작성과 세부 문안을 두고 최종 막판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3일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우호문화궁전에 국제미디어센터(IMC)가 마련돼 있다. 2019.02.24.kkssmm99@newsis.com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우리측 당국자들의 하노이 현지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우리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소속 부서 관계자들은 22일 하노이에 도착해 실무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협상 전략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노이 현지에 있는 우리측 취재진들을 지원하기 위해 외교부 대변인실을 포함한 직원들도 이날 2차로 하노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이 임박하자 비핵화 낙관론을 피력하고 나섰다. 그는 "김정은은 핵이 없다면 북한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비핵화의 따른 보상으로 북한의 경제적 비전을 재차 부각하면서도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결단도 거듭 압박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 CNN방송에 출연해 "또 다른 북미정상회담을 열어야 할 수도 있다"면서 2차 정상회담의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협상 조율이 잘 되거나 안 되고 있을 수 있지만 (합의문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서 나올 것이다. 북미가 서로 판을 깨지 말아야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북미가 북핵과 미사일 동결의 '스몰딜'을 하면서 넘어갈 것이다. 북한이 완전히 판에서 나가지 않는다면 미국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화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o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