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2]"北이 베트남 기적 따를 것으로 기대하는 건 성급"WP

기사등록 2019/02/25 08:33:12

베트남·중국 자유 허용해 경제발전에 성공

전문가 "북한이 베트남 경험에 관심 보이는 것은 쇼"

【평양=신화/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오후 전용 열차를 타고 평양역을 떠나면서 환송 나온 시민들과 관계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을 출발해 중국 단둥을 거쳐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 2019.02.24. 

【서울=뉴시스】강영진기자 = 미국은 북한이 베트남의 기적을 따라가기를 기대하지만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미국은 이번 주 북한과 관계정상화 및 비핵화를 모색하면서 '베트남 모델'을 강조할 것으로 지적했다. "회담 개최국인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을 겪은 뒤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세계무역의 큰 바다에 뛰어듬으로써 적국이던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누리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경제 모델"이 됐다는 점을 트럼프가 역설하리라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오늘의 베트남과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파트너십을 보면서 김정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회를 잡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당신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WP는 인용했다.

WP는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은 할리우드와 KFC, 어메리칸 드림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비해 북한은 여전히 "교활한 미제 늑대"를 증오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40년 이상 지난 오늘날 베트남 사람들의 84%는 미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으로 2017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드러났으며 미국인들도 85%가 베트남에 호감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도 비슷하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전문가들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베트남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에 대해 북한 지도자들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도티호아 전 평양주재 베트남 대사는 "북한 사람들은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과거의 적국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하노이 북서쪽에는 베트남의 변혁을 상징하는 상징이 있다. 6만명을 고용한 대규모 삼성 컴플렉스가 그것이다. 창문이 없는 거대한 건물들에 둘러싸인 곳에 울타리와 감시탑, 기숙사가 있다. 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스파이가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기 위한 시설이다.

삼성은 이곳에 170억달러(약 19조1250억원)를 투자했으며 베트남 수출 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남한은 지난해 일본에 이어 베트남에 두번째로 많이 투자했다.

【하노이·박닌(베트남)=뉴시스】김지훈 기자 = 21일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 북미 2차 정상회담 의전·경호 준비를 위해 지난 16일 베트남에 들어온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 인근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22. jikime@newsis.com

북한은 1950년 구 소련과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베트남과 수교한 나라지만, 현재는 베트남과 남한 사이의 관계가 북한보다 훨씬 더 긴밀하다. 경제관계만이 아니라 관광과 문화교류가 활발하며 K팝과 한국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끈다.

김정은은 이번 주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걷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삼성 공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우리 정부도 김정은이 베트남의 경제 모델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베트남을 방문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농업과학원을 방문했으며 다른 북한 관리들이 광업과 수산업 및 외자유치 경험을 배우러 방문한 적이 있다.

김정은이 1964년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하롱베이를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관광 목적보다 원산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열망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과 북한의 개혁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레이프-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베트남의 경험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쇼"라면서 "북한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서 북한 경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벤저민 카체프 실버스타인 미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도 "경제 발전이야 어찌되든 북한 정부는 통제력을 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권력을 잃느니 차라리 가난한 채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경제 변혁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여행과 사업의 자유, 외국인과 만나서 배울 수 있는 자유 등 상당한 자유를 허용했다. 중국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남한의 경제규모가 북한보다 20배 이상 크다는 점 때문에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과감하게 자유화하기가 불가능하다.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은 통일을 달성한 뒤였기에 경제 구조를 바꾸기 쉬웠다. 

실버스타인은 북한이 단순히 다른 나라 방식을 모방할 것으로 희망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북한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다. 북한은 사회 통제가 특별히 강력한 나라다. 정보 통제를 하면서 지독한 독재 아래 경제 개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역과 투자에 문호를 열면서 베트남 공산당은 국제 자본에 상당한 지배권을 넘겼다고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소 경제학자는 지적했다. "자본 유치에는 많은 것이 따라다닌다. 자본을 사용하는 방법들이 함께 들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강제노동수용소를 운영하는 한 "메이드인 북한"이라는 상표는 세계 시장에서 소구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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