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군인 경계 속 김정은 맞이 작업 한창…베트남 동당역 르포

기사등록 2019/02/23 20:03:22

열차로 중국 거쳐 들어올 때 도착지로 확정적

사복 차림 베트남 공안들, 민간인 접근 통제

역사 곳곳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 경계근무

정복 군인들, 일렬 횡대 거수경례 연습 반복

인부들은 승강장 선로에 발판 설치 공사 한창

살수차로 계단 청소…가로수와 화단 정비도

주민들 "매일 작업…비밀이라는데 뭔가 준비"

【랑선성(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모습. 오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이곳을 방문해 승용차로 갈아탄 뒤 하노이로 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9.02.23.kkssmm99@newsis.com
【랑선(베트남)=뉴시스】김지훈 기자 = 중국과 베트남을 열차로 오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베트남 랑선 국경 검문소에서 3.8㎞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작은 기차역, 동당역은 북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3일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차로 이동할 경우 베트남에서의 첫발을 내디딜 공간으로 유력하게 꼽힌다.

뉴시스 취재진이 이날 오전부터 하노이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은 많은 사람으로 분주했다. 그러나 역사로의 접근은 불가능했다. 이들은 베트남 공안, 군인, 정부 관계자들이었다.

취재진 차량이 역사 앞에 멈춰서자 사복 차림의 젊은 남성 여러 명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베트남 정부의 취재비자를 요구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방해는 없었다.

【랑선성(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모습. 관계자들이 승강장 선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을 딛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판을 설치하고 있다. 2019.02.23.kkssmm99@newsis.com
베트남 공안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자신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취재를 막는지 묻자 '경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이곳을 경호해야 하는 일이 있다"며 "오늘 오후부터는 경비가 더 삼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 안팎에서는 새 단장이 한창이었다. 역사 정문 바로 앞에서는 인부 4명이 살수차로 입구와 계단의 찌든 때를 닦아내고 있었다. 역사 입구 옆 화단은 노란 국화, 포인세티아 꽃 등으로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다.

【랑선성(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모습. 관계자들이 승강장 선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을 딛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판을 설치하고 있다. 2019.02.23.kkssmm99@newsis.com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사복을 입은 공안과 정복을 입은 군인들이 막아섰다. 이들은 "멈추고 물러서라"면서 한참 동안 취재진을 밀어내며 접근 자체를 막했다. 역사 곳곳에 소총으로 무장하고 서 있던 군인들의 시선도 집중됐다. 이들은 "역은 닫혔다. 내일도 모레도 이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주께는 역이 열리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이들이 고위급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승강장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삼상오오 모여 작업하는 인부들을 지켜봤다. 인부들은 승강장 선로에 발판을 설치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릴 때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선로에는 김 위원장 전용열차와 유사한 짙은 녹색의 객차가 1량만 서 있었다. 발판 등 부대시설 설치에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 정문에서는 정복을 입은 군인들이 의전 행사 연습을 하는 현장도 목격됐다. 이들은 승강장에서 정문까지 일렬로 서서 상급자의 지도를 받으며 허공을 향해 거수경례를 반복했다. 손에는 흰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고위급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역사 주변 경계 작전 중인 군인 15여명은 방탄 헬멧과 소총으로 무장한 채 2~3명씩 조를 나눠 이동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가로수 정비 작업 등에 투입된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하자 떼어놓으려고 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랑선성(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주변 모습. 2019.02.23.kkssmm99@newsis.com
역사 주변 주민들도 김 위원장 방문 가능성에 관심은 보였지만, 외부인에게 말을 아꼈다.

2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 미용사는 김 위원장이 26일에 이곳에 올 거라는 기사를 봤다고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보가 있거나 들은 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40대로 추정되는 다른 마을 주민은 "매일 아침부터 공안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공안들은 이곳 주민들에게 '비밀이다'라고만 이야기한다. 뭔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편으로 북한을 출발, 당동역에 도착해서 승용차로 하노이까지 이동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베트남 당국은 이날 김 위원장이 '수일 내'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5시께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하노이로 향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주변에 배치된 무장군인들 모습. 2019.02.23.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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