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3]文, 막판까지 중재 시도…'4차 남북회담' 여건 마련

기사등록 2019/02/24 05:07:00

트럼프와 한미 정상 통화…남북경협 돌파구 마련 역할

비핵과 상응조치로 미 측에 매력적인 카드 존재 부각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포스트 북미회담'도 고려 관측

북미→남북 대화 지속 관계 선순환…'두 바퀴 평화론'

김정은 서울 답방 '4차 남북정상회담' 여건 마련해야

하노이 회담 뒤 이른 시일 내 한미정상회담 성사 전망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2.1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한반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자신의 중재외교 능력을 발휘할 중요한 무대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의 비핵화 담판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회담 전까지는 하노이 선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데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 회담 당일 새벽까지 합의문 작성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언급한 것도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사이의 실무협상 직전에 나온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비핵화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매력적인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다가 합의문 작성의 결정적인 순간에 중재자로서 자신의 '등판 기회'를 스스로 만든 것으로도 평가된다.

영변은 물론 그 외 지역에 대한 핵시설·물질의 신고, 사찰·검증까지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상응조치로서 북한에 제시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을 간파하고 협상의 지렛대로 남북경협을 제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해 제재 완화는 물론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 지원 및 투자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경협을 제안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설득력 있게 다가갔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 G20 양자정상회담 접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12.01. photo1006@newsis.com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조치를 해야 하는데,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문 대통령이 늘려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외에도 남북경협은 여러가지 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포스트 북미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노이 선언'에 전면적인 대북 제재 완화까지는 담기지 않더라도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필요한 길이 열릴 정도로만 합의가 이뤄진다면 4차 남북 정상회담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벽에 가로막혀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 사전 조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남북 공동조사단의 현지 조사 때도 착공식 직전에야 가까스로 미국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곧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에 선순환적인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두 바퀴 평화론’과도 궤를 같이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북미→남북→북미 등 정상급 대화를 이어가며 비핵화 동력을 계속해서 살려가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다만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말 부산에서 한·일 안보라인 수장들과 회동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움직임에 일종의 속도 조절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내실 있는 '서울 선언'을 도출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관련한 대북 제재 사슬 일부를 풀어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해 9월 '평양 선언'에 연내 착공식만을 담았다면 4차 남북정상회담에선 한걸음 더 나아가는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욕(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9.29.pak7130@newsis.com
2차 북미정상회담 후로는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쪽으로부터 회담 결과를 전달받고 비핵화 합의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 결과 공유를 위해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던 만큼 한미 정상통화는 물론 이른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종전선언 내지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이해 당사국인 중국, 미국을 오가며 관련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 4자 평화협정 체결과 과거 북핵 6자회담 대표국이 이를 보증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북한 중국 일본 미국을 오가는 숨가쁜 순환 외교에 나서게 된다.

또 3~4월 예정된 해외순방 계기마다 각국 정상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진전 상황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외교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kyusta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