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동 60㎞ 박장(Bac Giang)성 외진 곳 '참전열사묘'
북한 조종사 등 14인 시신 안장했다 유해 송환 뒤 방치돼
北 회담 준비팀 김창선 등 사전 방문…"2002년 이후 처음"
기자가 찾은 날 베트남 현지 방송 매체도 취재차 방문해
對美 승전국과 혈맹 관계 상징…김정은 방문 유력지 꼽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60㎞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박장(Bac Giang)성. 이곳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던, 베트남이 '열사' 칭호를 하사했던 북한군 14명의 묘지가 있다. 김 위원장의 방문 후보지 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이다.
21일 오전 하노이 시내 중심부를 빠져나와 시속 50~60㎞의 속도로 1시간남짓 달리자 박장성에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사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갓길에 있는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길을 찾기 어려워 물어본 것이다.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었다. 한참을 달리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묘지'를 안다는 마을 주민의 오토바이를 뒤따라간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상아색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묘지 정문의 앙상한 철문을 지나자 위령탑, 그리고 그 뒤에 2열로 배치된 묘비가 눈에 들어왔다. 전사자 이름 위에 함께 새겨진 '렬사'라는 글자가 이곳이 북한군 묘지임을 확인해줬다.
북한은 1966년부터 1972년까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204비행대 203명을 파견하고, 대포와 수송차량 등 전쟁 물자를 지원했다. 현금도 줬다.
베트남 당국은 참전 중 사망한 북한 조종사 12명과 정비사 2명에게 '열사' 칭호를 하사하고 지금의 위치에 '북한열사묘지'를 조성해 시신을 안장했다. 그러다 지난 2002년 유해 14구가 북한으로 송환된 이후에는 방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전 참전을 인연으로 1998년부터 자발적으로 이 묘지를 관리해온 즈엉 반 더우(74)씨는 뉴시스 기자와 만나 "북한군 유해가 송환되기 전까지는 베트남 정부와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매년 4월25일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그 이후에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까지 4월25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오다가 지난해부터 날을 바꿔 매년 2월8일을 건군절로 기념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역시 이곳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자가 찾은 이날 묘지에는 베트남 현지 방송 매체가 취재차 방문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매체 관계자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관계를 상징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년 동안 매주 이 묘지를 청소하고 향을 피운다는 이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14명의 북한 군인은 베트남을 위해 희생했다"고 평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 방문이 현실화될 경우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최초의 방문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담판을 위한 방문이긴 하지만, 베트남 국빈방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던 베트남과의 오랜 혈맹 관계를 강조하며 체제 선전에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하노이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인 데다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구간도 있어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jiki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