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간부 "에듀파인 무조건 반대 회의적" 탈퇴 시사
"내부 제안 검토할 예정…21일 이사회서 결정할 듯"
한유총 배제, 한사협·전사연 지원…줄탈퇴 가능성도
하지만 한유총 내부에서는 '에듀파인은 일단 수용하자'는 입장을 가진 유치원 원장들이 늘고 있어 탈퇴 러시 조짐도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교육부가 에듀파인 도입 유치원에는 '당근'을, 거부하는 유치원에는 '채찍'을 꺼내든 만큼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유총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유총 내부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4일부터 무기한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규모 집회와 교육당국을 대상으로 한 소송전에 이어 '유아교육 대란'을 실행하자는 또 다른 초강수를 둔 것이다.
지난 19일 한유총 지도부 40여 명 중 2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이 무기한 휴원을 두고 표결을 진행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기한 휴원에 찬성하는 의견이 8표, 반대 의견 6표보다 다소 우세했다.
한유총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화에 응하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며 휴업을 지지하는 찬성파와 "휴업은 다같이 죽자는 것"이라는 반대파로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25일)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입학보류·무기한 휴원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내일(21일)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지도부에서 (무기한 휴원을) 결정하더라도 단위 유치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달 말쯤 일선 사립유치원들이 한유총을 대규모 탈퇴 할 가능성도 있다.
한유총 한 간부는 "정부가 대화를 거부하고 에듀파인을 바로 의무화 한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듀파인을 써보지도 않고 반대만 한다면 아무 현안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한 휴원까지 간다면 결단을 내릴 때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등 다른 사립유치원 단체로 이동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 협조 여부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퇴라고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지역 차원의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설명이다.
이 간부는 특히 정부가 반발하는 사립유치원들과도 한번은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 후 결렬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공식적으로 대화는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정부는 1200곳에 대한 국가매입 제안이 진정성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매각을 원하는 원장들이 많다. 교육적 마인드로 헌신했던 사람들이 크게 상처를 받아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한유총 내부 분열 상황을 이미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하는 유튜브 팟캐스트 '박용진TV'에 생방송 출연해 "(에듀파인 도입에 대해) 일부 유치원 원장들의 반대 의사가 있지만 한유총 내부에서도 (에듀파인을) 도입하는 데 찬성하고 수용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공공성강화특별위원회는 21일 교육부 박백범 차관을 비롯한 간부들과 한사협 박영란·백희숙 공동대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 위성순 회장 등 사립유치원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남인순 특위 위원장은 "유치원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적립금)이 인정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차이가 있어, 교육감들이랑 논의해 방향을 맞춰나가자는 요구가 나왔고, 공영형 유치원에 참여하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교육부에 적립금 사용 용처와 적립 비율을 구체화해달라는 한사협의 요구사항과 맞아떨어진다. 정부·여당이 한사협의 요구를 수락하고 구체적인 행·재정적 지원 사항을 발표할 지 관심을 모은다.
한유총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시행령 반대를 위한 2만명 규모 총궐기대회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이덕선 이사장은 휴원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내부 사정"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dyh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