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찾동 비정규직 방문간호사 700여명 근무
정규직 공무원 신분 신입 방문간호사 채용에 위기감↑
新·舊 방문간호사간 신분차로 갈등 불가피…대책 촉구
정부와 서울시가 인력을 늘려 복지수준을 높이겠다며 정규직 공무원 신분의 방문간호사를 대거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기존 무기계약직(공무직) 신분 방문간호사들의 정규직화에는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공무원들과의 신분 차이로 인해 좌절을 겪어온 방문간호사들이 신입들에게마저 무시 당할 처지가 되자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찾동 방문간호사들은 그간 열악한 상황에서 일해왔다.
23일 이연숙 순천제일대 간호학과 교수의 '방문건강관리사업 현안과 발전방안'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찾동 방문간호사 수는 768명이다. 이들 중 정규직 공무원은 없다. 대신 무기계약직은 616명, 기간제는 124명, 시간제는 28명이다.
찾동 방문간호사는 동주민센터별로 1명뿐이다. 공무원 신분인 사회복지사(복지플래너)가 동주민센터별로 6.5명인 것을 감안하면 방문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찾동 방문간호사는 인력부족 속에서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들은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현장에 나가 ▲65세 이상 노인 건강평가와 건상수준별 맞춤형 건강돌봄 ▲모든 출산가정 산모와 출산아 건강돌봄, 가족교육 ▲의료취약계층인 1인가구, 고독사 위험군, 폐지수집 노인 등 건강관리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 때 취약계층 건강관리 ▲정신건강 문제자 발굴, 치료 연계 ▲우울-자살관련 검사, 치매선별검사, 알코올 의존도 검사, 결핵 등 호흡기 질환 검사 등 기초 건강조사 등 업무를 해왔다.
공무원인 사회복지사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행복e음)에 접속해 각종 주민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무기계약직인 찾동 방문간호사는 민간인 신분이라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도 이름과 주소만 알 수 있다. 만날 주민의 정보를 알고 싶으면 일일이 사회복지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방문간호사들이 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도 무기계약직에게도 확대해서 정보를 제공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행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여 차이도 크다.
정규직 공무원인 사회복지사는 월 300만~400만원 급여를 받는 반면 무기계약직 방문간호사는 평균 188만원에 그치고 있다. 2017년 전국 공공부문 방문간호사 조사에서는 급여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74.9%에 달했다.
급여 외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공무원으로부터 차별을 당했다는 방문간호사가 51.9%, 직무갈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62.8%에 달했다. 연장근무 수당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찾동 방문간호사는 업무 수행 시 사회복지사와 동행하지만 신분 차이로 인해 이해와 소통 부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방문간호사들은 의욕 저하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무기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공무원' 방문간호사를 뽑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방문간호사 처우를 개선해 복지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기존 방문간호사들에게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
당장 시는 이달 23일 시험을 통해 정규직 공무원 방문간호사 93명을 채용한다. 6월에 또 한번 채용이 있을 예정이다. 올해만 200명 넘는 방문간호사가 새로 뽑혀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2022년까지 각 동주민센터당 약 4명의 방문간호사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424개 전체 동을 합하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찾동 방문간호사는 2022년이면 1800명에 이르게 된다. 정규직 공무원 방문간호사가 늘어날수록 무기계약직 방문간호사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존 무기계약직 방문간호사들은 구제 받지 못한다. 기존 방문간호사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으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간의 노고는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김 간호사는 "시는 현재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방문간호사는 퇴사, 퇴직 등으로 자연소멸되기만을 기다린다고 한다"며 "앞으로의 방문건강관리 인력충원계획에 그간 수행해 온 방문간호사들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찾동 사업의 수행을 위해 방문간호사가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면 현재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방문간호사들이 지금의 위치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고액의 예산을 투입해 양성·발전해 온 방문간호사는 단순소비재가 아니다. 안정된 역할수행을 위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이들의 딱한 처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영자 수간호사(전 서울대병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간의 갈등과 상호불신은 심각해진 상태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진된 당사자들은 제대로 된 업무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연숙 순천제일대 간호학과 교수는 "방문간호업무는 경험과 학식이 요구되는 전문 영역이다. 계약직의 짧은 근속연수, 낮은 직무 몰입은 사업의 질과 능률 저해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정애 인하대 사회 및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문간호사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 한사람의 방문간호사는 주민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고 온 마을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며 "한사람의 방문간호사를 잃음으로써 그 방문간호사가 연결하는 지역의 사람과 조직과 자원을 잃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험을 통과해 채용된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분들은 그간 기여한 바가 많이 있으니 공무원으로 (채용)해달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공무원은 공채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공무원법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는 이분들에게 특혜를 줄 부분이 없다"며 "공채할 때 기회는 열려있으니 시험을 준비하시라 말하고 있는데 그 부분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산점 부여 여부를 인사과와 얘기했는데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저희 마음으로는 이분들이 (공무원으로) 들어오면 좋은데 독려만 하고 있다. 문이 넓어지면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정규직화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의 입장도 설득력은 있다.
서울시가 11개 투자·출연기관 소속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 등 1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내부 균열이 발생했다. 아울러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 등 잡음까지 발생하면서 시 수뇌부가 적잖은 부담을 느낀 바 있다.
대부분의 방문간호사들도 무조건적인 정규직 공무원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3년간 찾동사업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헌신한 방문간호사들의 공로를 인정해주고 복지현장의 혼선과 사기저하를 막을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게 방문간호사 대부분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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