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14일 "'정보통신망법'등 근거 법령에 따라 불법인 해외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을 검열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암호화되지 않고 공개되어 있는 SNI 필드 영역을 활용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은 암호화된 통신 내용을 열람 가능상태로 전환하는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SNI 차단 방식이란?
방통위는 지난 11일부터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 차단을 막기 위해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토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사업자를 통해 895건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 가운데 86.7%(776건)가 도박이었고, 불법 음란물은 10.7%(96건)였다.
SNI 필드란 이용자가 보안 접속(https)을 통해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을 말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불법정보 차단목록(sex.com)과 SNI 필드의 서버 네임(sex.com)이 일치하면 통신사업자가 차단 시스템에서 이용자의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 보안접속(https)을 활용하는 해외 불법사이트에 대한 차단방식으로는 불법정보 삭제 및 접속 차단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해외 불법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불법촬영물, 불법도박 등이 방치되고 있음에도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집행력 확보와 피해자 구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방통위는 방심위, 통신사업자는 보안접속(https)을 활용하는 해외 불법사이트에 대해서도 접속 차단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용자 '데이터 패킷'을 가로챌 수 있어 국가 차원의 사생활 검열이라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합법적 성인 동영상까지 차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13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해외사이트에 퍼져있는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저지, 저작권이 있는 웹툰 등의 보호 목적을 위해서라는 명목에선 동의한다"면서도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다.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해외 불법사이트 차단은 감청과 무관"
우선 방통위는 '합법적인 성인영상물'이 아니라 '아동음란물 등 불법영상물'에 대한 접속 차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통위는 "아동청소년음란물, 불법촬영물, 불법도박 등 불법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는 해외사이트에 대해 이용자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9금 등급을 부여받는 등 합법적인 성인영상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법정보의 경우 형법,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및 정보통신심의규정 등 관련 법·규정에서 정한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여야 추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심의·의결한 내용에 대해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방통위는 해외 불법사이트 차단 방식이 '감청'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방통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이란 암호화돼 송수신되는 전기통신 내용을 '열람 가능한 상태로 전환'해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암호화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SNI 필드 영역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통신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접속하고자 하는 사이트 주소가 방심위에서 심의·의결 한 해외 불법사이트일 경우 통신사업자가 스팸 차단과 같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통신내용을 확인하는 감청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편 방통위는 접속 차단의 대상이 되는 해외 불법사이트에 대한 판단은 정부가 임의적으로 개입해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결정하며, 방심위가 심의·의결한 해외 불법사이트는 통신사업자가 직접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정부 개입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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