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차량 24시간 소독·8시간 이상 수시방역
축산농가 "설 대목 출하 앞두고 허탈·근심"
【함평=뉴시스】변재훈 기자 = "농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구제역 청정지역을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7일 오후 전남 함평군 학교면 거점방역시설. 설을 앞둔 지난달 말 경기 안성 젖소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전남 지역 축산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대표 한우산지인 함평에서는 군청·축협 공동방제단이 이날 실시된 전국 동시방역에 맞춰 차단방역을 벌였다.
거점방역시설 내 차량소독기에는 축사·도축장을 오가는 차량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차량이 정차하자 구제역 바이러스 살균 소독액이 차량에 뿌려졌고 차량 바퀴 살균과 자외선 소독이 진행됐다.
그 사이 차량 운전자도 1분가량 대인소독을 한 뒤 소독 필증을 받았다.
구제역 차단방역 지역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과 차량은 이 곳에서 소독을 거친 뒤 출입이 가능하다.
24시간 운영하는 거점방역시설에서 이날 하루에만 차량 90여대가 소독을 마쳤다. 지난 일주일 동안 소독을 마친 차량은 250여대에 달한다.
거점방역시설에서 소독을 거친 방역차량은 지역 내 한우축사 주변을 2~3차례 돌며 소독액을 뿌렸다.
축사 주인은 "30여년 간 소를 키웠지만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구제역이 더는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방제단은 50두 미만 영세 농가를 대상으로 광역방제기 탑재 차량 1대, 방역차량 4대를 동원해 축사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영세 축산농가 차단방역은 차량 1대가 농가 10여 곳을 돌며 매일 8시간가량 진행된다.
소독액은 물 1000ℓ에 분말형 소독약 6㎏을 희석시켜 만든다. 1t짜리 소독액 탱크를 실은 방역차량은 1대당 하루 평균 3~4차례 인근 소방관서에서 급수지원을 받고 있다.
50두 이상 축산농가의 경우 자체 소독설비를 갖추고 수시로 방역하고 있으며, 방역당국은 생석회와 소독약을 축산농가의 사육 두수에 따라 지원하고 있다.
구제역이 아직 발생한 적 없는 청정지역이지만 축산농가는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김낙연(58) 함평 한우협회장은 "설 대목에 맞춰 출하 준비를 하던 농가들은 허탈하다"면서 "직접 피해는 아직 없지만 한우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돼 수출길이 막힐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제역이 무사히 지나가면 정부가 출하량 조절 조치 등에 나서 소득보전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30여 년 간 소를 키워온 고재철(53)씨는 "지역과 무관하게 구제역 발생 자체가 축산인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면서 "백신 예방접종과 방역에 따른 스트레스로 출산을 앞둔 소가 유산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슴이 아프다"고 울상을 지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예방순찰·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며 "침을 흘리거나 힘없이 쓰러지는 가축을 발견할 경우 지체없이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준 함평 지역 내 축산농가 1543곳이 한우·젖소·육우·염소 등 13만8649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wisdom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