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징역 3년6개월 법정구속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판단 달라져
"2심 들어 특별히 달라진 사정 없다" 주장
"1심과 달리 사회 변화상 담아낸 것" 반박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지난 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지은씨 두 사람의 진술 중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에 대해 1, 2심이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됐는지 여부에 대한 상이한 판단은 판결의 당위를 떠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지사 측은 선고 당일 바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심 대비 2심에서 특별히 달라진 사정이 없어 "전혀 뜻밖이고 예상치 못했던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2심에서) 피고인 쪽 객관적인 증거인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피해자와 지인들이 나눈 여러가지 자료들을 훨씬 더 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전혀 뜻밖"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1심 판결이 성인지 감수성까지 고려하면서 상당히 판단을 잘 했다고 생각된다"며 "2심 판결에서는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하지 않고 개별적인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에 있어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이고 비정형적인 사실까지 진술했다고 하는데, 비정형적인 사실이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정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지켜야할 일자리나 사회적 관계망이 존재하는데, 성폭력을 당하는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성폭력 피해를 밝혔을 경우 자신에게 닥쳐올 불이익, 주변의 좋지 않은 평판 등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면 피해자로서는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항소심) 판결은 피감독자간음죄의 입법 취지와 위력의 의미, 위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 이와 같은 행위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처벌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짚어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변화한 사회 분위기, 일반인의 법감정을 판결에서 담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오픈된 게 아니고 안 전 지사의 전인격이 다 드러난 것도 아니어서 (1, 2심 판결이 달라진 이유로) 뭐가 결정적이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도지사와 수행비서의 관계에서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사건이고 법적 해석은 아무래도 일반인 상식을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검사는 "항소심이 성범죄만 전담하는 재판부라 1심보다는 성범죄에 대해 변화된 사회 인식을 반영한 것 같다"며 "교장과 직원, 교수와 학생 등 위력이 존재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사례는 이미 꽤 축적돼있기 때문에 그런 게 판결에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전 수행비서 김지은(34)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안 지사로부터 수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김씨의 폭로 직후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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