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선구자' 민정기, 국제갤러리서 전시하는 까닭은?

기사등록 2019/02/06 17:07:48 최종수정 2019/02/06 17:46:47
【서울=뉴시스】 민정기 화백.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키치(kitsch)한 그림, 일명 '이발소 그림'으로 유명했던 그는 1980년 민중미술 운동 물꼬를 텄다. 이후 '민중미술 선구자'로 불리며 40여년간 붓을 잡고 있는 민정기(70)화백이다.

'민중미술'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 '정치 비판' 그림으로 알려져있다. 1985년 '한국미술, 20대의 힘’전이 탄압받으면서 미술인들이 결집 민족미술협의회를 결성했고, 민미협은 민중 미술 진영의 저항 거점이 됐다.

민 화백도 민미협 회원이다. 1980년대 당시 그는 다른 서울대학교 출신 작가들처럼 국가가 지원하는 국전에 참여하는 대신 오윤·임옥상과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민중미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위 고급예술이나 순수미술을 거부했다. "미술이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심미적 대상이기보다 일상의 언어처럼 대중이 공감하는 정서나 진실을 소통하기 위한 도구 역할을 해야한다" 는 철학이었다.

 반면 활발했던 민중미술은 1990년대 시들해졌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겪으면서 ‘먹고사니즘’이 동시대 최대 화두가 됐다. 상업미술이 날개를 달았고, 억소리 나는 그림값에 '아트 재테크'라는 말도 생겨났다. 소비·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가 미술시장에도 성행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이제 '그림은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서울=뉴시스】민정기,<청풍계 1> 2019 Oil on canvas 130 x 162 cm Courtesy of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여전히 '먹고사니즘'이 화두인 이 시대에서도 유행은 돌고 돈다. 문화의 밥은 경제와 정치가 원동력이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은 미술시장 지형도를 흔들었다. 장쾌하고 힘있는 우리 산하를 담은 그림, 민중미술 작가들의 그림이 각종 방송과 사진에 담기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특히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릴 때마다 전파를 탔던 그림, '북한산' 그림은 김정은 위원장이 “무슨 기법으로 그렸냐”며 호기심을 보여 더욱 화제가 됐다. 민정기 화백이 10여년전 '금강 전도'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키치 작가에서 이발소 그림 작가로, 민중미술 작가에서 '지도 그림 산수풍경화가'로 변신해온 그가 40여년간 축적한 그림을 국제갤러리에 풀었다. 연예계로 치면 SM, YG, JYP 같은 국내 화랑계 3대 화랑(가나·현대·국제)으로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는 '상품으로서의 가치', 즉 '팔겠다'는 고급 마케팅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남북정상회담 '북한산' 그림이 화제를 모으면서 상업갤러리들의 러브콜도 이어졌고, 민 화백은 국제갤러리와 손을 잡았다. 이미 '단색화' 작가들을 해외에 프로모션한 국제갤러리는 '단색화를 금값'으로 만든 화랑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이다. 
 
국제갤러리는 올해 첫 전시로 민정기 개인전을 선택했다. 1월 31일부터 민정기의 대표작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갤러리의 첫 민중미술작가 전시이자 민정기 화백도 국제갤러리에서 첫 전시다. 

국제갤러리는 "2016년 금호미술관 개인전 이후 작가와 교류하기 시작했다"며 "아직 민정기 화백의 해외 전시 계획은 없지만 해외홍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 풍경을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구작 21점과 신작 14점을 걸었다. 원래 2관에서만 전시를 준비하다 3관까지 판을 넓혔다. 2m~5m 대작들이 많아 '그림 보는 맛'도 있다.  

【서울=뉴시스】 국제갤러리 3관(K3) 민정기 개인전 설치전경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람의 미모를 '조명발', '화장발'에 속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그림도 묘하다. 같은 그림이라도 어느 화랑에 걸렸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 보인다. 특히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는 '있어 보이는' 아우라가 강하다.

어떠한 추한 그림도, 국제갤러리에 들어오면 '예술품'이 될 정도로 '있어빌리티(남들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능력이 탁월하다. 아마도 전시기회가 적은 다른 민중미술작가들이 속으로 부러움을 느꼈을 분위기다.

여전히 '먹고사니즘'이 화두인 시대속에서 그림은 '부자들의 취미'로 간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민중미술이 추구했던 '미술의 대중화'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피라미드 끝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고 상업화랑인 국제갤러리에서 '민중미술 선구자'의 개인전은 아이러니컬(ironical)하다.

"민중미술 작가라고 상업화랑 전시 요청을  마다하고 그럴 처지는 아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민중미술가'라는 하나의 틀은 작가의 개별성을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그림은 관객, 대중과 만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우리 땅의 모습을 그려낸 그의 작품은 '민중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는 어떤 작가라고 부르는게 적합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 작품을 민중미술이라고 규정짓기보다 폭넓게 봐줬으면 합니다. 미술은 대단히 개인적인 것이고 그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해 여러 경험과 관심사 이런 것들이 섞여 그림에 표현돼 있으니까요." 2m 크기 그림값은 1억선에 판매한다. 전시는 3월3일까지.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