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만에 속살 드러낸 부산 성지곡수원지에 무슨 일이

기사등록 2019/02/06 10:17:22

C등급 댐 보강위해 물 빼고 겨울철 공사 돌입

댐 수위 50㎝ 낮춰 수압 무게 줄이는 방식 선택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 어린이대공원 성지곡수원지 댐이 지진 등에 붕괴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댐 보강공사를 하기 위해 1909년 준공된지 110년만에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19.02.06.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설 연휴를 맞아 경관 좋기로 소문난 부산 어린이대공원의 성지곡수원지를 방문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숲속의 명품 호반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지곡수원지를 삥 둘러 키보다 높은 절제 휀스 장벽이 가로막아 호반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갈맷길 산책로 중간에 휴게소 매점 앞에만 펜스를 폭 2~3m 가량 터 놓은채 그나마 모기장 가림막 틈새로 수원지 안을 겨우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서 궁금증을 더했다.

 작은 틈새로 본 성지곡수원지는 평소 하늘과 우거진 숲 그늘을 품었던 아름다운 풍광은 그림자도 찾을 길 없이 지금은 수줍은듯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벌거벗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1909년 댐 준공된지 110년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만수위로 풍만하던 성지곡수원지가 지난 연말부터 수문을 활짝열고  거의 한달 넘게 물을 쏟아내 저수지를 텅 비운 것이다,

 6일 성지곡수원지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20여년전 성지곡수원지 수문공사와 준설을 하긴 했지만 이번 만큼 바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가 2015년 댐 정밀안전진단결과 내구성과 기능성 확보를 위한 보수가 필요한 C등급을 받은데다 2016년 9월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면서 댐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짐에 따라 비가 적은 겨울철을 이용해 공사에 돌입한 것이다.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은 지난해 성지곡수원지 댐에 대한 내진성능평가 및 보수·보강공사 실시 용역에 착수해 자문회의 등을 거쳐 누수 및 내진성능보강 방안을 확정했다.

 ◇부산 성지곡수원지는 어떤 곳인가

 부산시 부산진구 금정산과 백양산 자락에 위치한 성지곡수원지(聖知谷水源池)는 부산 도심을 흐르는 동천의 발원지이다.

 1906년 대한제국 정부와 일본 거류민단이 근대 수도시설로 건설키로 하고 공사비분담과 공동운영에 대해 합의하고 당시 사업비 152만원을 들여 1907년4월 착공, 2년 5개월 만인 1909년 9월에 완공됐다.

 한국 최초의 콘크리트 중력식으로 축조된 이 댐은 길이 112m·높이 27.88m, 면적 26만895㎡로 수원지 형태가 한국 지형을 닮고 있다. 저수지 수심 22.5m로 수량 61만t 규모의 큰 저수지 이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성지곡수원지 댐 보강공사 조감도. 2019.02.06. (조삼도 = 부산시설공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의 뚝도수원지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설치된 수원시설로 집수와 저수·침전·여과지로 향한 도수로 등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거미줄처럼 포설한 집수수로(사방수로)를 따라 물을 모아 저수지 댐에 이르게 하고 토사를 침전하여 맑은 물을 암거 수로를 통해 여과지로 운반하는 전체과정이 오롯이 남아있다.

 댐은 돌붙임 콘크리트 구조로 한국 최고의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토목사적 가치가 뛰어나고 사방 수로는 근대 사방공업의 진수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돼 2008년 7월 3일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제376호로 지정됐다.

 수원지 공사 착공 당시 부산 인구는 4만 남짓했는데 30만명으로 인구가 늘어날 때를 대비하여 이 수원지를 만들었다..
 
 수원지 준공 후 부산 서면~수정동에 이르는 지역까지 수돗물을 공급했으나, 1972년 낙동강 상수도공사 완공 후 1985년 1월 부터 용수공급을 중단하고 현재는 호수로서 부산의 랜드마크로 이용되고 있다.

 아울러 성지곡수원지 인근에는 무성한 편백나무와 삼나무·소나무·갈참나무 숲의 경관이 뛰어나 부산의 명품 힐링 산책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곳 성지곡 산림욕장의 편백나무숲은 2017년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 공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성지곡수원지 댐 보강 공사 어떻게 진행돼나

 공단은 댐 구조체 보강을 위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댐을 보수하고  댐 수위를 50㎝ 낮춤으로써 댐에 미치는 수압의 무게를 줄여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댐을 보강하기 위해 무리한 토목공사를 할 경우 수원지의 원형 훼손 가능성이 우려돼 문화재적인 가치를 잃게될 위험이 예상되는데다 공사비도 많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내린 결론이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 어린이대공원 성지곡수원지 댐이 지진 등에 붕괴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1909년 준공된지 110년만에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내 6일 벌거벗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9.02.06. photo@newsis.com
성지곡수원지와 같은 방식으로 축조된 일본 고베에 있는 누노비키댐 보강공사를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콘크리트 댐인 누노비키댐은 일본의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일본은 지진에 대비해 댐의 규모를 키우는 ‘댐체 확대’ 방식으로 보강했다.

 성지곡수원지는 댐 보강 공사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밤낮으로 수원지 물을 흘려보내 22.5m이던 수위가 지금은 4m로 거의 바닥까지 졸아들었다. 당분간 잉어와 붕어, 자라 등 물고기들을 위해 최저수위를 유지할 계획이다. 수량이 적어서 물고기의 밀도가 조밀해지면 다른 저수지나 양어장으로 일시 옮기는 비상 대책도 마련해 놓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성지곡수원지는 그야말로 수초 한포기 없는 맨 땅이었다.
 
 공단은 겨울철 비가 적은 올 2월까지 먼저 댐 최 하단의 수문 보수 및 수원지 배수로 보강 공사를 마무리 할 계획으로 서두르고 있다. 갈맷길을 따라 설치한 철제 휀스 장벽은 토목공사의 안전과 소음 공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갑갑하게 막아 놓은 휀스부터 철거해 올 봄에는 성지곡수원지를 찾아 오는 관광객들이 성지곡수원지 일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보수공사를 계기로 성지곡수원지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내수면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인공어초와 수초 증식 방안 등을 추진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부산시설공단 추연길 이사장은 "부산의 도심에 위치한 성지곡수원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생태·역사·문화·경관 등 가치를 보존하고 살려 산림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erai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