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자문위원 등 시범부대 방문 의견청취
병사들 "사회와 단절감 해소·자기개발에 도움"
전면허용 이전까지 보안·요금제 문제 등 해결
"자율·책임에 바탕으로 정책 완전성 높일 것"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국방부가 올해 상반기 중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할 계획인 가운데 이를 두고 군 외부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현재 시범운용 중인 부대의 병사들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국방개혁 자문위원회 김기돈 위원 등 2명은 장병 부모와 친구, 군복무를 앞둔 대학생 등 20여명과 함께 병 휴대전화 사용 시범부대를 찾았다.
이날 방문은 국방부에서 추진하는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현재 복무중인 장병들은 물론 부모, 친구, 대학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행했다.
해당 부대는 작년 8월부터 병사들에게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소속부대 병사들은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휴일에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보안 취약구역을 제외한 전 구역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지난 6개월 동안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본 병사들은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병사는 "그동안 수신용 핸드폰이 있었는데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고 공중전화는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았다"며 "개인 휴대폰을 일과 이후에 사용하게 되면서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 줄었다"고 흡족해 했다.
휴대전화를 자기개발에 활용하는 다른 병사는 "입대 전에 한국사 자격증을 준비했었는데 생활관에서 지속적으로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돼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역시 수시로 아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 병사의 아버지는 "입대 후 자식의 소식을 수시로 접할 수 있게 되어 안심이 되고 아들도 가족과의 통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부대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장 우려됐던 보안 문제와 관련해서도 병사들 스스로 규정을 준수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휴대폰 사용 후 개인 신변을 비관하는 병사의 수가 많이 줄어든 대신 진로 상담을 하는 병사가 많아졌다"며 "휴대전화 사용이 장병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소대장은 "보안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교육과 병사들 스스로 규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이 정착되면서 우려가 많이 해소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보안사고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촬영과 녹음기능은 통제하고, 휴대전화를 반입할 때는 반입신청서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기별로 등록번호를 부여해 관리할 계획이다.
외장형 저장매체는 반입이 금지되고, PC와 노트북 등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군사자료를 저장·전송하거나 소셜미디어(SNS)에 이를 게시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
또 병 휴대전화 사용 취지와 허용시간,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해 과학기술부를 통해 병 맞춤형 요금제 신설을 요청했다. 병사들 실정에 맞는 저렴한 요금제가 신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상반기 중 휴대전화 사용 시범부대를 확대하고 전면적으로 허용하기에 앞서 보안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병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급 부대에 배포할 예정이다. ‘군 장병 SNS 활용에 관한 훈령’을 제정하고, ‘국방보안업무훈령’과 ‘군인·군무원 징계업무훈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문위원들이 현장 소통활동을 통해 제시하는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병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에 대해 평가하고, 자율과 책임에 바탕을 둔 휴대전화 사용 정책의 완전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전 부대를 대상으로 특별보안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ohj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