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김성태 9일 단식…초대형 거물 무너뜨리다

기사등록 2019/02/01 08:45:34 최종수정 2019/02/01 08:50:41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수용을 촉구하며 9일째 노숙하며 단식 투쟁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5.1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일당 댓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가운데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난해 단식농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태우·신재민·손혜원·서영교 사건 등 최근 '게이트' 수준으로 커질 만한 대형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한국당의 정국 주도권 장악이 쉽지 않은 것을 두고 야성(野性)이 부족해 호재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국회 보이콧 선언과 함께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릴레이 단식 농성이 국회 안팎에서 조롱 받으면서 김 전 원내대표의 단식농성과 비교되기도 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불거질 당시 "민주당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드루킹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제1야당의 원내 수장으로서 대정부 투쟁을 주도하면서 다른 야당들의 투쟁 동참을 이끌어냈다.

당초 한국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했지만, 김 지사가 연루된 정황만 있을 뿐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자 특검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4·27 남북 정상회담의 여파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지방선거와 원내사령탑 교체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의 협상 의지도 약해지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이런 불리한 국면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특검 수용을 압박하기 위해 빼 든 건 단식 카드였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 이후로 탈당과 계파 분쟁이 끊이질 않아 내홍을 겪고 당내 전열도 흐트러진 데다 웰빙정당, 귀족정당 등의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한국당에서 오랜만에 원내수장이 야성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나라의 진실을 밝히려는 김 원내대표의 충정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김전 원내대표의 희생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댓글조작 사건을 대선 전 국민여론을 조작한 민주주의 파괴행위라는 프레임을 걸고 지난해 5월3일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여당과 정부에 특검수용을 압박했다.

단식 농성 과정에서 피습 사건은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노숙 단식투쟁을 하던 김 원내대표가 국회 안에서 30대 남성으로부터 얼굴 등을 가격당하는 초유의 폭행을 당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9일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중단했지만 김 전 원내대표의 단식은 특검의 필요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단식과 폭행 피습 사건 이후 여야 원내대표들이 다시 협상에 나서면서 드루킹 특검법 처리와 함께 국회 정상화에도 합의해 꽉 막힌 정국의 물꼬가 트였다.

김 전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으로 얻어낸 특검법은 김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주춧돌이 됐고, 출세가도를 달리던 김 지사가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는 족쇄가 됐다. 결과적으로 김 전 원내대표가 9일간의 단식 농성으로 여권의 잠룡이자 핵심 실세를 무너뜨렸다는 말이 나오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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