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촉발' 이탄희 판사 사직서…"재충전 필요해"

기사등록 2019/01/29 18:29:14

법원 내부망 글 올려 사직서 제출 알려

"행정처 법관사회 배신…다시 시작하자"

【서울=뉴시스】이탄희 판사(사진=뉴시스DB). 2019.01.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촉발시킨 이탄희(41·34기) 판사가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판사는 29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다.

이 판사는 "1월 초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말씀드릴 수 없어 마음을 앓았다"며 "이번 정기인사 때 내려놓자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회복과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지난해 이맘때쯤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다시 1년을 겪었다. 2년간 유예됐던 사직서라 생각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판사는 "처음부터 정의로운 판사를 꿈꿨던 건 아니지만, 일단 된 이상 가장 좋은 판사가 되고 싶었다. 그에 걸맞은 소명 의식을 가진 판사가 되고 싶었다"면서 "지난 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어진 헌법에 반하는 행위들은 건전한 법관사회의 가치와 양식에 대한 배신이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좋은 선택을 한 뒤엔 길고 고단한 과정이 뒤따른다는 걸 그땐 다 알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시작만 혼자였을 뿐, 많은 판사님과 훨씬 더 많은 분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드러난 결과는 씁쓸하지만, 과정을 만든 모두 존경한다"고 감사 뜻을 전했다.

특히 "판사가 누리는 권위는 독립기관으로서 권위라고 생각한다. 조직원으로 전락한 판사를 세상은 존경해주지 않는다"며 "미래 모든 판사가 독립기관으로서 실질을 찾아가길 기원한다. 항상 더 큰 공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번 금이 간 것은 반드시 깨어지고, 인생은 버린 사람이 항상 이긴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하루라도 먼저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 저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 판사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 후 법관들 뒷조사인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뒤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같은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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