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대법원이 28일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한다고 예고했으나 시범실시 법원 2곳 중 한 곳인 대구지방법원만 추천 법관이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사법행정 전문성과 민주성 강화를 위해 해당 법원 소속 판사들의 추천을 받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 판사 중에서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다. 이번에 대구지법과 의정부지법에 처음 시범실시한 제도다.

대구지법은 김태천(59·사법연수원 14기) 제주지법 부장판사와 손봉기(54·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정용달(58·17기) 대구고법 부장판사 3명을 추천했다. 의정부지법은 찬반 투표 끝에 지법 부장판사인 신진화(58·29기) 부장판사만 단수 추천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구지법 추천 후보 3명 중 손 부장판사를 법원장으로 보임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은 법원 규모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존에 추천되지 않은 고법 부장판사인 장준현(55·22기) 부장판사를 법원장으로 보임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장 및 고법 부장판사급 인사를 단행한 직후 시범실시 법원인 의정부지법만 추천 법관이 법원장으로 보임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게시한 글을 통해 "시범실시 법원에서 수렴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저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범실시 법원인 의정부지법, 대구지법에서 보내주신 시범실시 경과 및 결과를 잘 살펴봤다"며 "대구지법에서 추천한 세 분 모두 법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지만 법관인사 이원화 취지를 살리면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법행정을 구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되는 손 부장판사를 대구지법원장으로 보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에서 단독 추천한 신 부장판사의 경우 "그동안의 근무태도, 성품, 나이, 법원 내외의 평판 등에 비춰 법원장 후보로 손색이 없기 때문에 법원장 보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서도 "의정부지법의 사법행정 사무에 비춰 법원장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재직기간과 재판 및 사법행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의정부지법은 현재 130여명의 법관과 7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산하에 고양지원, 6개 시군법원 및 8개 등기소를 두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깊이 고민한 끝에 그동안의 근무태도, 성품, 재직기간 및 경력, 법원 내외의 평판 등을 종합해 수평적인 사법행정을 통해 의정부지법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장 부장판사를 의정부지법원장으로 보임했다"며 "시범실시 법원에서 수렴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저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신 부장판사와 법원장 후보 추천을 위해 애쓰신 의정부지법 소속 법관들, 그리고 처음 실시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주신 법원 가족들께서도 널리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범실시의 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 앞으로도 계속 각급 법원장 보임시 소속 법원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인사 이원화 취지에 따른 후속 인사도 언급했다. 그는 "수원가정법원장, 대구가정법원장, 부산가정법원장을 지법부장판사로 보임했다"며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민사 제2수석부장판사, 인천·수원·대전·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모두 지법 부장판사로 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새로이 보임되는 법원장님, 수석부장님들께서는 재판을 중심에 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법행정,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법원 운영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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