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임원 법규정 위반에도 안이한 태도 문제
빨리 진행하겠다는 생각에 규정 제대로 안지켜
국토부, 합동점검 실시...시공사선정-조합운영 모니터링
지자체에도 단속 확대...공사비 검증 의무화 등 제도개선 추진
국토부가 서울시, 한국감정원과 함께 지난해 정비사업 조합 비리를 합동점검해 28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5개 조합에서 조합 운영, 시공사 입찰과 관련해 107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점검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적발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 모양새다.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점검은 2016년 11.3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처음으로 실시했다. ▲서초구 잠원한신18차, 방배3구역, 서초우성1차 ▲강남구 개포시영-개포주공4차 ▲송파구 풍납우성 ▲강동구 고덕주공2차-둔촌주공 등 서울 강남권 8개 재건축 조합이 대상이었다.
당시 124건의 부적격 사례를 발견하고 이중 6건을 수사의뢰했다. 예산회계 57건, 용역계약 29건, 조합행정 29건, 정보공개 9건 등을 찾아냈는데 수사의뢰 외에 시정명령(26건), 환수조치(15건), 행정지도(75건), 기관통보(2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
2017년도에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동아, 방배6, 방배13, 신반포15차 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76건을 적발해 13건은 수사의뢰, 28건은 시정명령, 7건은 환수조치, 28건은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했다. 경찰은 금품 살포 혐의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우건설 임직원과 홍보대행사 관계자, 조합원 등 334명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합동점검에서 주로 들여다보는 것은 조합 운영과 시공사 입찰 관련 사항이다. 조합의 예산회계, 용역계약, 조합행정, 정보공개 등 운영 실태 전반과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의 위법 사항 등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수시 기동점검과 경찰의 시공사 금품수수 등 별도의 집중 수사 내용보다는 실제 조합을 운영하면서 지켜야 하는 다양한 절차 및 의무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예산회계 규정이나 행정업무 규정 위반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합 임원들이 본인 조합이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거나 규정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비사업을) 빨리 진행하겠다는 마음에 처벌규정이 있는 것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런 단속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줄어들지 않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바짝 옥죄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금품 제공 건설사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외에 시공권 박탈, 공사비 20% 과징금 부과, 2년간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처벌을 강화하도록 도시정비법을 개정했다. 시공사가 금품·향응 제공을 꼬리자르기 식으로 홍보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감독 의무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이번 합동점검에서 적발된 사례는 개정법이 시행된 같은해 10월 이전이라 소급적용되진 않는다.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점검과 제도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 점검 대상 조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리 의혹이 제기되거나 점검 요청, 민원 접수가 많은 곳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에도 합동점검을 실시해 시공사 선정과 조합 운영 과정을 지속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며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합 임웜에 대한 조합원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 의무화, 전문조합관리인 확대, 보수·재선임 등 조합임원 권리사항 변경요건 강화 등의 제도 개선도 추진중"이라고 부연했다.
현장 분위기는 예전보다 개선된 듯하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사업이 과열되다보면 시공사나 용역업체들이 조합 임원이나 브로커를 상대로 뒷돈을 주거나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건네는 일이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엔 '돈봉투'가 사라지는 등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jwsh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