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1800조 '그림자금융' 건전성 관리 나섰다

기사등록 2019/01/24 17:59:55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TF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1.2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금융당국이 이른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으로 불리는 비은행금융중개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환매조건부채권(RP) 차입 비중이 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현금성자산 보유비율 규제'를 도입하고 채권대차 거래시 제공하는 담보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는게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 태스크포스(TF)' 마무리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대책을 확정했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 시스템 밖 금융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비은행금융중개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증권사나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사들의 RP, 증권대차, 자산유동화 거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은행금융중개 규모는 금융심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커지고 있다. 2008년 이후 연평균 11.2%씩 증가하면서 2016년말 기준으로 1800조원에 달한다.

비은행권 총자산도 2008년 이후 매년 약 10%씩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말 1031억원으로 은행권에 비해 절반 수준이던 비은행권의 총자산은 지난해 2582억원(1분기 기준)으로 총자산 2768억원(3분기 기준)인 은행권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은행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던 비은행금융중개 규모가 급속히 커지자 금융당국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키로 하고 이번에 대책을 마련했다.

김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은 고수익·고위험 추구, 복잡한 거래 형태와 높은 상호연계성 등의 속성으로 인해 리스크 요인이 언제든 싹을 틔울 수 있는 영역"이라며 "비은행권을 주목하고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책은 크게 RP, 채권대차,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유동화 등 5개 거래와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증권사 채무보증 및 대출, 보험사 외화증권 투자 및 환헤지, 여전사 자금조달, 비은행금융회사 부동산금융 등 5개 기관에 대한 안정성 제고 및 리스크 관리 방안으로 이뤄졌다.

우선 RP 차입 비중이 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RP 차입액의 일정비율 이상 현금성 자산을 보유토록 하는 규제를 올해 하반기부터 도입한다. RP 매수시에는 최소증거금율도 마련토록 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RP 거래의 익일물 비중이 93.4%에 달해 대규모 차환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기일물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금융거래를 말한다.

채권을 빌려주고 대여수수료를 받는 거래를 의미하는 채권대차는 담보로 제공 가능한 적격담보에서 후순위채, 코코본드 등을 제외하고 주식·회사채 등 주요 담보의 인정비율은 하향하는 대신 최저담보비율은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담보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 2분기 중에는 관계기관 공동으로 '채권대차시장 리스크 관리방안'도 마련한다.

차입현황이나 투자운용 유형 등에 관한 세부적 통계가 관리되지 않아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기 어려운 헤지펀드와 관련해서는 위험자산 포지션, 차입현황 등에 대한 금융유관기관의 정보수집을 확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장불안시 대규모 펀드런(환매요청) 발생 우려가 있는 MMF와 관련해서는 기준가격에 '시가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국채·통안채·은행예금 등 안정 자산의 편입비율이 30% 이하인 MMF가 대상이며 금융회사의 준비를 위해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생되지 않은 비등록 유동화증권에 대해서는 등록 유동화증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발행자에 대해 위험보유 규제도입을 검토한다.

주가연계증권(ELS), 기타파생결합증권(DLS) 등과 관련해서는 파생결합증권이 변동성이 높은 기초자산에 과도하게 쏠리는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도록 '변동성가중자산 비율' 지표를 도입키로 했다. 개별 증권사나 증권업종에서 이 지표가 기준을 넘어서면 변동성가중자산 비율 감축 계획 제출이나 강화된 유동성 규제 같은 리스크관리 강화조치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증권사의 채무보증 취급 규모가 과다하거나 고위험 영역으로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 레버리지비율 및 조정 유동성비율 관리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넘어서면 특별점검이나 채무보증 관련 충당금 추가적립, 채무보증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보험사에 대해서는 외화증권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환헤지 만기가 편중되지 않게 관리한다. 보험사의 외화채권과 환헤지 간 만기차가 과도할 경우 요구자본을 추가로 적립토록 할 계획이며 필요시에는 환헤지 만기를 과도하게 단기로 운용할 경우 외환위험 경감효과를 일부만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전사에 대해서는 '유동성리스크 관리 기준'을 신설해 자금조달 구조의 다변화를 유도하고 여전업권 전반에 대한 유동성 리스크 평가도 실시해 위험 수준이 과도할 경우 거시건전성 관리조치를 부과한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관리를 위해 최근 급증한 부동산·임대업 등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속도를 관리하고 부실위험 등을 집중점검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은 금융유관기관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만들어 운용하고 2014년말까지로 규정돼 있는 금융안정기금의 운용시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시스템리스크라는 금융시장내 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접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방안에 담긴 거시건전성 조치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유관기관이 협업해 취약요인을 계속 발굴·조치해 나간다면 금융시장내 집단면역 체계를 확립해 금융안정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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