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브뤼셀 등 순방길 나서다 통보받아
트럼프 "셧다운 해소 후 다시 일정 잡아야"
연두교서 발표 연기 요청에 대한 '앙갚음' 관측
【로스앤젤레스=뉴시스】 류강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 군용기편으로 해외순방에 나서려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비행 스케줄을 떠나기 직전에 전격 중단시킴으로써 여야간 대립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과 동행 의원들이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떠나려던 때에 군용기 이용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군용기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연방정부 부분적 셧다운(업무정지)으로 군용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펠로시 의장은 몇몇 의원들과 함께 이날 오후 군용기편으로 벨기에의 브뤼셀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령관과 미군 지휘부 등을 만날 예정이었다.
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군용기 이용 금지조치는 명목상으로 셧다운을 내세웠지만 전날 펠로시 의장이 셧다운을 이유로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일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용기 이용 불가를 결정하면서 펠로시 의장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이 전날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과 문장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셧다운이 종료되면 의장이 계획했던 7일간의 여행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여행을 가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확실한 당신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대표단이 이용하는 군용기는 연방정부 자금으로 운용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종료될 때까지 이륙 금지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NBC 뉴스는 그러나 백악관은 다음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한 다른 행정부 관리들의 여행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이 군용기편으로 출국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고 즉각 군용기 이륙 금지 조치를 취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변인 드루 해밀은 "의회 대표단은 브뤼셀에서 나토 최고 사령과과 미군 지휘관, 주요 동맹국들을 만날 상호협력방안을 재확인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해밀 대변인은 "이번 의회대표단 방문일정에 이집트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서한에는 이집트가 잘못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내용에 대해 "옹졸하고 우스꽝스러우며 대통령의 위신이 없는 것"이며 "앙심을 품고 한 일"이라고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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