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안고사는 격"...엔진 금가도 못고쳐준다는 만트럭

기사등록 2019/01/17 07:30:00

차주 "9군데서 크랙 발견...생계 위해 어쩔 수 없이 운행"

사측 "크랙 관련 수리지침 없어...완전히 깨져야 고쳐준다"

'엔진 내 녹물'·'주행 중 기어빠짐'·'엔진 헤드 균열' 등 잦아

사측 "문제 해결 위해 차주들과 1:1로 협의해나가는 상황"

"만트럭 차량 엔진에 금이 자주 간다"는 주변 동료들의 말에 만트럭센터에서 점검을 받던 중 엔진 깨짐 현상을 발견한 차주의 사진. (사진 제공 = 만트럭 차주)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언제 엔진이 깨질지 모르니까 완전히 시한폭탄을 안고 다니는 거죠. 그래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작업용으로 트럭을 약 1억6000만원 주고 5년 할부로 산 건데 할부금만 한 달에 300만원 가까이 나가니까요. 엔진에 금이 가고 고장이 나도 먹고 살려면 트럭을 운행할 수밖에 없어요. 트럭이 생계의 전부입니다."

충북 제천에 사는 신모(56)씨는 대형 트럭으로 시멘트 운송 작업을 하는 '트럭커'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신씨는 하루 평균 10~12시간을 트럭에서 보낸다. 그는 2015년 8월 약 1억6000만원을 내고 2015년식 '만 480' 트럭을 신차로 구입했다.

자신의 트럭으로 계속 작업을 하던 중 직장 동료들로부터 "만트럭 엔진에 금이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자비 약 300만원을 들여 만트럭버스코리아 센터에서 점검을 받은 신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엔진 헤드에는 이미 9군데에 금이 가있는 상태였다.

신씨가 만트럭센터와 만트럭버스코리아 측에 "아직 AS 보증기간이 남았으니 차를 수리해달라"고 요구하자 "배기쪽에 금이 갔으면 수리를 해주는데 흡입쪽에 금이 가서 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씨는 "엔진에 금이 가면 당장 내일이나 언제든지 엔진이 완전히 작동을 멈추는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손바닥이나 손등이나 다 똑같은 손인데 상처가 났으면 치료를 해줘야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엔진 헤드 균열과 기어빠짐,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고장 등이 계속 발생하면서 만트럭버스코리아와 만트럭피해차주모임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만트럭이 판매하는 트럭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품 고장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 만트럭 측은 "엔진 균열에 대한 수리 지침은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피해차주모임의 주장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만트럭 차주들이 22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수십여 대의 차량을 주차해 놓고 차량 결함에 대한 만트럭 본사의 피해보상과 국토교통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18.11.22.  ppkjm@newsis.com
피해차주모임은 지난 9일 경기 용인에 있는 만트럭 본사 앞에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설계 결함 등의 문제를 은폐 의혹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도 피해자모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만트럭 차량의 문제는 '엔진 내 녹물과 침전물 발생', 운행 중 기어 빠짐',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밸브·쿨러 고장', '운행 중 엔진 헤드 균열·파손' 등 네 가지다.

김 대표는 "트럭 차주들 대부분이 캐피탈 6~7년 할부로 힘들게 차량을 구매한 영세업자들인데 만트럭 제품들 중 한국에 판매되는 25.5t 트럭은 모두가 결함투성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트럭은 한국의 자동차 관리법이 약한 것을 악용해 '차주들 책임으로 전가하면 된다'는 비윤리적 경영을 하고 있다"며 "피해차주들이 수차례 대화를 요구했음에도 만트럭은 면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신차를 인수하는 차주들을 대상으로 출고 전에 약 4시간 동안 차량에 대한 운행교육을 진행한다. 제품 관리 방법, 운행 방법 등 차량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차량 이용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 대표는 "만트럭은 교육에서 엔진오일을 10만㎞ 주행 이후 교환하면 된다고 하는데 6만~8만㎞에서 엔진에 금이 가거나 깨지면 오일 상태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운행 키로수를 넘었다'거나 '차량 관리가 소홀했다'며 차주의 책임으로 떠넘긴다"고 주장했다.

만트럭이 아무 말 없이 차량을 고쳐주는 경우는 출고한 지 얼마 안 된 차량들 뿐이며 고장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출고한 지 2~3년 정도 된 차량 이후부터는 무상수리를 거부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엔진 누유 증상으로 만트럭센터에서 차량 점검을 받던 중 5군데에서 엔진 깨짐 현상을 발견한 만트럭 차주의 사진. (사진 제공 = 만트럭 차주)
'만440' 트럭의 차주인 지모(60)씨 역시 차량 점검 과정에서 신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말 엔진 누유로 만트럭센터를 방문한 지씨는 점검 과정에서 엔진 5군데에 금이 간 사실을 확인했다.

운전자 과실이 아닌 부품 불량 때문이라고 판단한 지씨는 센터와 본사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그 역시 "이 정도로는 수리를 해줄 수 없고 엔진이 완전히 깨져야 고쳐줄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씨는 "만약 고속도로를 달리다 엔진이 깨지면 브레이크도 작동 안 되고 핸들도 안 돌아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럼 엔진이 깨지길 기다리라는 말이냐"며 "본사에서 당연히 100%로 수리해줘야 하는 의무사항인데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엔진에 금이 간 것을 본 이후 고속도로에서도 항상 불안하고 특히 내리막길을 갈 때는 언제 엔진이 깨질까 겁이 난다"고 하면서도 "트럭이 생계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먹고 살려면 고장난 상태라도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주들의 이같은 주장들에 대해서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사실 확인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입장이다. 만트럭의 한 관계자는 "차주들의 주장을 본사에 전달했는데 구체적인 답변이 마련되기 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들과 1:1로 협의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ink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