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대안 없이 '정치 놀음'한다" 비난
코빈 "갈등의 모든 원인은 불평등 시스템"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신속한 방법은 '조기총선'이라고 발언했다.
이달 15일로 예정된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조기총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BBC에 따르면 이날 코빈 대표는 잉글랜드 북부 웨이크필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테리사 메이 총리에 말한다. 만약 당신의 합의안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총선을 열어 국민들이 결정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보수당 측은 이에 대해 "노동당은 브렉시트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으며 단지 '정치 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당은 15일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보수당 강경파 의원들 역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현지 언론들은 이날 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빈 대표는 조기 총선을 즉각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우리(노동당)는 가장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정부 불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조기총선 동의안에 찬성하거나, 내각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린다.
코빈 대표는 "노동당은 불신임투표를 승리로 이끌만큼 충분한 의석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하원 의원들은 우리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불신임 투표가 열릴 경우 메이 총리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기총선을 열 수 없는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코빈 대표는 "모든 선택지를 고민 중이다"며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빈 대표는 EU 탈퇴와 잔류를 주장하는 이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며 영국의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꼬집었다.
그는 "이제 영국 전역의 국민은 탈퇴를 지지했든, 잔류를 지지했든 모두 지금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어떤 이들은 EU를 불안과 적대에 대한 방어책으로 여긴다. 다른 이들은 EU 자체가 우리를 불안과 적대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불평등과 불안의 원인은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패한 시스템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해결책은 특권층의 공고한 권력에 도전함으로써 영국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발생한 깊은 분열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oun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