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국경 방문, 내키진 않지만 측근들 조언"
공화당 일각선 "국경 장벽과 셧다운 분리" 목소리도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방송사 황금시간대를 할애해 국경과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감행했다. 그는 현재 국경 지대의 상황을 '인도주의·마음·영혼의 위기'로 규정하고 "미국인들이 얼마나 더 피를 흘려야 하느냐"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통해 국경 장벽 전쟁을 심화시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 주장을 '과장된 냉소'로 일축하며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진행된 방송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민을 인질로 잡는 행위, 위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업무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국민연설과 10일 국경 방문 등 국경 장벽 문제를 다루는 강경 방침 표출이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이 아니라는 정황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연설 전 앵커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에서 자신은 연설이나 국경 방문이 그다지 내키진 않지만 측근들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고 오찬에 참석했던 2명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상황을 변화시키진 않겠지만 어쨌든 나는 하고 있다"며 "(과거) 국경 방문은 사진 찍기용에 그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저 사람들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며 자리에 배석했던 빌 샤인 공보국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을 가리켰다는 전언이다.
백악관의 강경한 태도가 셧다운와 관련한 공화당 내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대국민연설에 앞서 공화당 하원들을 만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시사하며 일부 국방 예산을 국경 장벽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을 보인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직전 하원 군사위원장이었던 맥 손베리 의원은 "국경 안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국방부의 책임은 아니다"라며 "비방위 목적을 위해 국방 자금을 쓰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분열은 민주당과 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국면을 의미할 수 있다고 WP는 짚었다.
상원에서도 국경 장벽과는 별개로 셧다운은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립적 성향의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의원은 "난 줄곧 셧다운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음을 강조해 왔다"며 "우리는 안보와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는 동시에 정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의회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매주 열리는 공화당 하원 오찬에서 연설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설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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