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 파업 강행할까…경영진 사퇴·부정적 여론 '변수'

기사등록 2019/01/04 18:09:51

경영진 54명, 파업자제 호소영상 배포하고 사퇴선언

노사 성과급, 임금피크제, 중식시간 등 두고 대립중

'연봉 9000만 원 은행원들 파업'에 여론도 싸늘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KB국민은행 노조가 26일 서울 여의도본점 앞에서 '서울/수도권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8.12.28. mina@newsis.com (제공=KB국민은행)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KB국민은행이 8일 예정된 파업을 실제 강행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진이 파업 자제 호소 영상을 배포한데 이어 일괄 사퇴 선언으로 배수진(背水陣)을 쳐 노조 운신의 폭이 줄었다는 평이다. '연봉 9000만원' 은행원들이 파업을 한다는 곱지 않은 여론까지 더해져 파업 강행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KB국민은행 전 경영진은 총파업으로 인해 정상 영업이 불가능할 경우 사임하겠다고 4일 밝혔다. 부행장, 전무, 상무, 본부본부장, 지역영업그룹 대표 등 경영진 54명은 이날 오후 허인 KB국민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제출했다.

경영진은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되지 않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사의 표명의 이유를 밝혔다.

사측은 내년 은행권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실제 파업이 단행돼 리딩뱅크 이미지까지 깎일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지난 2일 시무식 이후 허 행장과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만나는 등 총파업 전 교섭을 진행했으나 평행선만 달렸다.

이런 가운데 나흘 앞으로 다가온 파업을 막기 위해 사측은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김남일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등 임원 16명은 3일 직접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3분짜리 영상을 직원 컴퓨터를 통해 방영했다.

영상에서 김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은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일터는 고객의 실망과 외면 위에서 결코 이뤄낼 수 없다"며 "소중한 고객들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중식시간 1시간 사용 ▲페이밴드 제도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은 성과급 지급이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의 기준을 ROE(자기자본이익률) 10%로 삼자고 제시했다.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타 시중은행처럼 ROE에 연동해 100% 충족할 경우 일정 성과급을, 그에 소폭 미달할 경우 좀더 적은 성과급을 주겠다는 식이다.

임금피크제 역시 난점이다. 사측은 임금피크 진입시기 1년 유예를 내년 7월부터 실시하고 팀원급 직군의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만55세 생일의 다음해 1월 1일에서 생일 다음달 1일로 바꾸는 안을 냈다. 노조는 내년 1월1일부터 1년 유예를 적용해야 한다며 고수하고 있다. 팀원급의 임금피크 진입시기 기준을 바꿀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1년이 아닌 1~11개월이 유예되기 때문에 산별 합의를 훼손하는 처사라는 시각이다.

노조는 사측의 압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경영진 사의표명에 대해 "이는 '파업에 대해 경영진은 책임을 지는데 직원과 노조는 무책임하게 강행한다'는 인식을 심는 책임 전가 행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노조는 끝까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제와 그제 협상 요구에도 사측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며 "총파업을 끝까지 가게 만드는 건 직원과 노조가 아닌 경영진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대해 여론의 곱지 않은 시각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지난해 말 기준 9100만원) 은행노조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급을 ROE에 연동해서 주는 건 이미 다른 은행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10%에 미달한다고 아예 주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양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의 경우 자칫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박모(28)씨는 "지금도 점심시간에 은행 업무를 보려면 대기가 밀려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더 늦어지면 회사원들은 은행가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며 "노조 권리를 존중하지만 우려도 되는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노조는 7일 파업 전야제를 연 뒤 8일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업 전날까지라도 협상이 타결된다면 파업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교섭이 끝내 불발될 경우 19년 만의 파업이 열린다. KB국민은행은 2000년 12월에 주택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약 일주일간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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