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양양주민들, 낙산사 불 탄 대형산불 아픈 경험 떠올라 뜬눈 밤 새워

기사등록 2019/01/02 05:55:55

14시간째 산불 활활…시뻘건 화염 가옥 집어삼킬 듯 무섭게 번져


【양양=뉴시스】김경목 기자 = 2일 오전 4시 12시간째 산불이 번지고 있는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송천떡마을 뒷산이 붉은 화염으로 뒤덮이고 있다. 양양군에 따르면 오전 3시까지 약 13㏊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지만 가옥 화재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019.01.02. photo31@newsis.com
【양양=뉴시스】박종우 기자 = 지난 1일 오후 4시12분께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송천떡마을에서 발생한 산불은 2일 오전 6시까지 14시간째 타고 있다.

산불은 수그러드는 것 같다가도 바람이 세차게 불면 다시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산을 집어삼켰다.

100여명의 송천떡마을 주민들은 밤새 두꺼운 옷을 껴입고 집 앞에 나와 발을 동동구르며 산불 진행 방향을 예의주시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주민들은 무섭게 산을 집어삼킨 불이 가옥까지 태워버릴까 노심초사 애를 태웠다.
 
양양군 주민들은 2005년 4월5일 천년고찰 낙산사와 보물 제479호 낙산사 동종이 산불로 녹아버리고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됐던 대형산불 피해의 끔찍한 경험이 있다.

활활 불길이 치솟던 산 아래 사는 탁성영(77)씨는 "여기가 조상대대로 살던 곳인데 활활 타오르는 것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여기 나와 있는 사람들 다 똑같을 텐데 참담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탁씨는 "집에 들어가 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집이 안 보이는 마을회관에서 마음 편히 있을 수도 없고 그저 지켜볼 뿐이다. 다행인 것은 소방차들이 산과 집 사이에 물을 뿌려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부터 산불 진화에 나선던 이재경(58) 양양소방서 서림 의용소방대장은 14시간째 컵라면 1개를 먹었다.

이 대장은 "등짐펌프를 매고 산에 올라가 불을 꺼야 하는 데 물이 얼어서 나오지 않아 갈퀴로 낙엽을 긁어 주택으로 불이 내려오지 못하게 방화선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꺼지는 것 같다가도 조금 뒤에 바람이라도 불면 꺼졌을 것 같던 불이 커지고 재가 날아와 또 붙고 또 붙고 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양양=뉴시스】김경목 기자 = 2일 오전 4시 12시간째 산불이 번지고 있는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송천떡마을 뒷산이 붉은 화염으로 뒤덮이며 가옥을 덮칠 듯 위험해지자 소방차가 비상 대기하고 있다. 양양군에 따르면 오전 3시까지 약 13㏊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지만 가옥 화재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019.01.02. photo31@newsis.com

송현리 마을회관에는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산불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어르신들은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창문너머로 산불 상태를 계속해서 살폈다.

일부 주민들은 소방대원들을 도와 주택 주변의 불을 끄고 들어와 쉬길 반복했고 소방대원들도 능선 너머로 산불이 번지는 것과 주택가로 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 긴장한 채 밤새 현장을 지켰다.

 송현리 주민들은 헬기 14대와 진화대 1598명이 투입될 오전 7시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jongwoo4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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