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법취업' 정재찬, 징역 4년 구형…"청천벽력"(종합)

기사등록 2018/12/27 18:23:11

전·현직 간부, 집행유예~징역 4년 구형

검찰 "공정위 본연의 기능 약화 초래해"

"다른 기관 비위 역시 형사 책임 대상"

정재찬 "기관장으로서 무한 책임 느껴"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해달라"

재판부, 내달 24일 오후 2시 선고 예정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불공정 취업'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2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퇴직 공무원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찬(62)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정 전 위원장 등 12명에 대한 업무방해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학현(61) 전 부위원장과 신영선(57)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현직인 지철호(57)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노대래(62)·김동수(63) 전 부위원장은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입법자 즉, 국민들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담아 공정위에 기업 감시·제재 권한을 부여했고, 기업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며 "그러나 어떤 국민도 이와 같은 권한을 공정위가 인사적체 해소라는 조직이기주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과의 유착은 1심 합의 행정기관을 자처해온 공정위 본연의 기능 약화를 가져왔다"며 "이 사건 핵심 간부는 조직적으로 장기간 실행해온 비리가 관련 실무자의 일탈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어떤 실무자도 상사 지시 없이 이와 같은 위험한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다른 기관에서도 관행이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기관에서도 비위가 있었으면 이 사건 피고인들과 같이 형사책임을 지게 해야 하는게 마땅할 뿐 책임을 덜어줄 사정은 아니다"라며 "만일 혹여나 그런 관행이 존재했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구형의견을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비록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라도 신경써서 국민께서 우려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들지 못한 것을 기관장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소시민으로 평범하게 돌아가 살아가던 중에 청천벽력 같은 일로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돌아보게 됐다"며 "진정으로 무엇이 문제고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재판부가 면밀히 검토해서 어떠한 억울함도 없도록 아무쪼록 현명한 판단해주길 머리숙여 앙망한다"고 호소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월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경제 실현과 혁신경쟁 촉진을 위한 2018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8.01.26. ppkjm@newsis.com
현직인 지철호 부위원장은 검찰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지 부위원장은 지난해 취업제한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가면서 별도의 취업 승인 없이 취업한 혐의를 받는다.

지 부위원장은 "저는 중소기업계 요청을 받고 지난해1월부터 약 1년간 감사로 취업했는데 이 사실에 대해 수사기관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불법 취업이라 판단해 오늘 이 법정까지 섰고, 새 정부는 풍부한 경험과 중소기업 현실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이유로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며 "동일한 사실을 놓고 평가와 판단이 극과 극으로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사건 기소 이후에도 부위원장직으로 사퇴하지 않았는데, 사퇴하라는 유·무형의 무리한 압박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사퇴하지 않은 이유는 조직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안 된다 생각했고, 조직의 명예와 자존심도 중요하다 생각했다. 기소됐다고 사퇴하면 나중에 혐의를 벗어도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므로 재판부의 현평한 판단으로 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 전 위원장 등에 대해 다음달 24일 오후 2시에 선고할 예정이다.

앞서 정 전 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건강상 이유로 1심이 마무리될 무렵 보석이 받아들여졌다. 실형이 선고되면 다시 법정구속된다.

정 전 위원장 등은 대기업 16곳을 압박해 공정위 퇴직 간부 18명을 대업에 채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민간기업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이렇게 취업한 퇴직 간부들은 매년 최고 3억5000만원에 이르는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방해 공소시효 7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이들이 받은 급여 총액은 76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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