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주차장 전처 살인' 무기징역 구형…딸 "사형 내려야"(종합)

기사등록 2018/12/21 12:19:32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흉기 살해

변호인 "딸 출석 고통" 말하자 야유·탄식 쏟아져

딸, 증인으로 나와 "살인자에게 사형 내려달라"

2015년 가정폭력 신고…상해죄 약식기소 그쳐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강서 주차장 전 부인 살인사건 피의자 김 모(49)씨가 10월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2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 심리로 열린 김모(49)씨의 살인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 및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에 보호관찰 5년을 구형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월22일 새벽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전 부인인 이모(47)씨에게 10여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앞서 8월16일 언니 집에 주차된 이씨의 자동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이씨 주거지를 알아냈고, 8차례에 걸쳐 현장을 사전 답사한 뒤 범행 당일 가발을 쓰고 접근하는 치밀함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또 2015년 2월 이씨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로 접근금지 조치를 받고도 이씨 어머니의 집으로 찾아가 술병을 깨고 그 조각으로 허벅지를 자해하며 이씨를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월 흥신소에 의뢰해 이씨의 거처를 추적하던 중 서울의 한 중국집에서 이씨를 발견하고 칼로 이씨에게 위해를 가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인 아이 엄마에게 미안하고 아이들 역시 살아가면서 가슴에 주홍글씨처럼 아픔을 가질 상황"이라며 "제가 저지른 죄는 돌이킬 수가 없지만 죗값은 엄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게 엄한 벌을 주셔서 힘들어하는 전처 가족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양형증인으로 둘째딸 김모(21)양을 법정에 세웠다. 김씨의 변호인이 "자녀의 증인 출석에 대해 본인이 많이 고통스럽다고 김씨가 의사를 표현했다"고 재판부에 전하자 방청석에선 탄식과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증인석에 앉은 김양은 "한때 아빠라고 불렀지만 이젠 엄마를 돌아올 수 없는 저 세상으로 보내고 남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저 살인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서울 강서 주차장 전 부인 살인사건과 관련해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버지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글을 올린 모습. 딸은 "엄마가 이혼 후 아빠에게 지속적인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야 영원히 격리 시켜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고 호소했다. 2018.10.24
김양은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여자로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자존감이 낮았고 세 딸과 행복한 추억도 없었다"며 "한없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여자로서 삶이 행복하진 않았지만 세 딸의 엄마로서 행복했냐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지만 엄마의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판부는 "살면서 가까운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이 사건으로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안게 됐다"며 "김씨가 법원의 처벌만이 아니라, 이런 상처와 충격을 씻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번 사건은 딸이 어머니에게 폭력과 살해 협박을 일삼아온 아버지를 사형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글에 따르면 이씨는 4년간 6번이나 이사하면서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끝내 남편 손에 숨지고 말았다.

청원글을 계기로 김씨가 과거 아내에게 폭력을 일삼아 왔지만 제대로 처벌받은 전례가 없어 비극적인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불거졌다.

경찰은 2015년 2월 "남편이 분노 조절이 안 된다"는 이씨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긴급임시조치 1·2·3호를 모두 내렸다. 하지만 김씨는 상해죄로 약식기소되는 데 그쳤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아닌 벌금형에 처해달라는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으로, 법정 출석 없이 서류만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김씨의 선고기일은 내년 1월25일 오전 10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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