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추진 회사 자광, 계획서 제출과 용도변경 요구…전주시 반려
-당초 전주시 계획 '주거지역' … 자광 '주거지역' 개발안 제출하면 시 입장 곤란
‘아파트만을 짓느냐’, 아니면 ‘세계 7위 타워와 컨벤션, 호텔, 아파트 등이 포함된 복합식으로 짓느냐’다.
도시계획상 법적 용어로 표현하면 ‘주거단지’냐, 아니면 ‘주거상업복합단지’냐의 결정이다.
전주시는 초기부터 이 부지를 ‘주거단지’로 계획했다.
전주시는 일단 타워 건설을 반대했다.
만약 사업 시행 주체 ㈜자광이 타워를 포기하고 전주시의 계획대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될까. 관련 법조인들은 전주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부신시가지 개발 16년 참담한 전주시의 민낯 – 인구 사실상 후퇴
16년전인 지난 2002년 9월. 전주시(당시 김완주 시장)는 20년 뒤인 2021년을 목표로 한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한방직 부지가 포함된 서부신시가지 개발 계획을 공식 천명한다.
개발 목표는 ‘행정중추’, ‘업무중심’, ‘상업기능 특성화’ 등 이 세가지가 골자다.
2021년 계획 인구는 85만명. 계획 연도가 3년 남은 현재(2018년 12월) 전주의 인구는 65만여명이다.
전주시가 2002년 서부신시가지 계획을 발표할 당시 인구(64만명 수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16년간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5년전 전주에 혁신도시가 완성됐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중앙 공공기관 13개가 입주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주인구는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서부신시가지가 포함된 전주 완산구 효자동 인구는 2001년 기준 2만여명. 16년이 지난 현재 효자동 인구는 11만여명. 서부신시가지에만 7만여명(효자 3동·4동·5동)이 모였다.
전주시는 인구의 20%를 서부신시가지 일대로 몰리게 한 것이다. 효자 3동의 경우 인구밀도는 2만여명(㎢당 )이 넘어 세계 1위인 마카오와 비슷하다.
문서속의 화려한 서부신시가지의 개발 목표는 사실상 사라졌다.
◇대한방직 부지, 도시계획상 주거용지로 16년 방치…국내 건설사 지속적 입질
2002년부터 발표돼 2, 3차 수정을 거친 전주시 도시기본 계획서 어느 곳을 살펴봐도 대한방직이 공업용지로 유지된다는 기록이나 도표가 없다.
전주시는 실제 2025년을 목표로 한 도시기본계획에서 아예 주거용지로 지정했다. 아파트 8000~1만 가구(용적률 230% 적용)를 짓는 규모다. 다만 현재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이유로 도시관리기본계획상 공업용지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한양건설이 주도한 한양컨소시엄이 대한방직 매입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됐다. 서울의 인덕회계법인이 발표했고 전국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차순위 협상대상자는 부영건설이었다. 아파트 건설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전주 시민은 물론 사회단체도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주거지역’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다만 전주시의회 이미숙 의원이 ‘의회 본회의장 5분 발언’을 통해 아파트 일색의 부지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아파트가 아닌 ‘복합개발론’(상업 시설이 포함된 주거단지)을 주장했다.
일단 한양도 부영도 아파트 건설에 나서지 못했다.
대한방직과 부지 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땅 값으로 한번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양과 부영이 실패한 이유에는 대한방직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는 것과 전주시쪽에서 다른 건설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소문 등이 혼재했다.
◇법조계·전문가 대한방직은 사유지, ㈜자광, ‘아파트 짓겠다’고 나서면 전주시 난관
23만㎡(약 7만평)에 이르는 대한방직은 현재 폐허 수준이다.
공장은 낡을 대로 낡아 흉물화되고 있다.
신시가지 개발 계획에서 제척(빼줌)시킨 전주시는 대한방직 활용 방안에 대해 지난 16년간 손을 놓고 있었다.
앞으로 두 달 정도만 있으면 현재 가동중인 공장 기계도 모두 멈추게 된다. 신도심 한복판에 7만평 규모의 폐허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건설 회사도 인수하지 못한 대한방직 부지를 ㈜자광이 1980억원에 인수했다.
㈜자광은 이곳에 호텔과 아파트, 컨벤션, 그리고 세계 7대 타워을 짓겠다며 지난 10월 전주시에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당초 계획된 주거용지가 아닌 상업용지로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타워나 호텔 등은 주거용이 아닌 상업용 건물이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 11월 26일 ㈜자광의 계획서를 반려했다. 용도변경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세계 7대 타워와 컨벤션 건설은 물건너 갔다. 공은 다시 ㈜자광으로 넘어갔다.
만약 ㈜자광이 타워 건설을 포기한다면 3가지 선택이 남는다.
땅을 제3자에게 되파는 방법과 아파트 건설로 사업을 전환하는 방법, 그리고 용도대로 해당 부지에 공장을 새로 짓는 방법 등이다.
제3자에게 땅을 되판다는 것은 다른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짓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광 입장에서는 사실상 아파트를 짓느냐 아니면 공장을 짓느냐의 선택만 남는다.
전주시가 이미 주거용지로 계획한 만큼 주거용지로의 변경을 요구하면 안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를 수용하지 않아 ㈜자광이 이를 법적 문제로 대응할 경우 전주시가 오히려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때 전주시 자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대한방직 부지는 철저히 사유지로 법적 기준을 갖춘 용도변경 요구를 안들어줄 수 없는 것이 현행법”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전주시의 계획 자체도 문제이지만 지난 2012년 4월 정부가 도심 공장부지의 경우 주거나 상업, 공원, 녹지 등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자광이 아예 용도변경 없이 해당 부지의 공업 용도에 맞는 공장을 짓겠다고 나설 때다.
이때는 도시계획법이나 관리법의 기준이 아니라 건축법만 적용받기 때문에 ㈜자광의 계획 자체가 쉬워진다.
법을 떠나 전주시가 호텔과 켄벤션, 타워 등의 건설을 반대하고 불가피하게 아파트나 공장을 허가할 경우 발생할 전주시의 정책적, 정치적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대한방직의 부지의 활용 문제는 결국 아파트 건설이냐, 세계 7대 타워의 건설이냐의 문제로 규결된다.
shim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