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가 원서 써줘…아이들 눈에 선해" 눈시울
"학교생활 착실…그간 고생했다고 현장학습 보내"
"선생님들이 절대 아이들 맡기 싫어 보낸 것 아냐"
학생주임 주재로 교사들 긴급 대책회의 2시간 째
이날 은평구 소재 대성고에서 뉴시스 기자와 만난 한 교사는 "(피해 학생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 내가 대입 원서를 써 줬던 아이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다들 학교생활을 착실히 해 대부분 이미 대학에 합격한 상태였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학교운영위원회 등 정식 절차를 거쳐 아무 문제 없이 현장실습을 보낸 아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이 사건이 제3자들에게는 그저 이야깃거리로 소비되겠지만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절대 아이들을 맡기 싫어서 (현장실습으로) 내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을 잃은 대성고는 이날 1, 2학년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날인 탓에 텅 비어 있고, 굳게 닫힌 교문 앞에 취재진만 진을 치고 있다.
학교에는 일부 교사들이 남아 장시간 대책 회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고 관계자는 이날 사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뉴시스와 통화에서 "학생주임 교사가 즉시 강릉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학생주임 교사는 이후 차를 돌려 학교로 돌아와 긴급회의를 주재한 후 다시 현장으로 향했으며, 교감도 강릉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4시23분께 학교에서 나온 한 여성은 자신을 이과반 학생 학부모라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엄마라서 걱정돼서 와 봤다. (학교 측의 대책에 대해) 모르고 있어서 다 기다렸던 것이고 우리도 잘 모르고 답답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의가 많아 사태를 파악하러 왔다"면서도 "대성고는 자립형사립고라서 서부교육청 관할이 아닌 시교육청 관할"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12분께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올해 수능을 마친 대성고 3학년 남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강릉소방서에 따르면 사망자 3명 중 1명은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숨졌고, 나머지 2명은 강릉고려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7명의 학생들은 강릉아산병원, 원주기독병원 등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펜션 업주는 이날 오후 1시15분께 대성고 학생 10명이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학생들이 펜션 거실과 방 여러 곳에서 쓰러져 있는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고등학교 1, 2학년 후배들의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강릉으로 여행을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 학생들이 지난 17일 오후 4시께 펜션에 입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 보일러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중독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일러 배관 분리 여부와 업주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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