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용균' 기자회견서 저마다 사연들 전해
현대제철 노동자 "2년 전 동료도 비슷한 사고"
"사건 이후에도 제철소 현장 여전히 안 바뀌어"
현대차 대리점 비정규직 "상사의 폭행도 빈번"
"조선소도 똑같은 일 반복…언제든 중대 사고"
태안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김용균(24)씨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서울 도심에 모여 저마다의 힘겨운 현실을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에서는 다양한 업계의 비정규직 대표 100인이 모여 "비정규직의 설움은 업종이 달라도 똑같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을 당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연대발언에 나선 홍승완씨는 김용균씨 얘기를 들으며 2년 전 자신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고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홍씨는 "당시 동료가 컨베이어 작업으로 철광석을 이송하는 걸 점검하던 중 협착 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했다"면서 "그때도 2인1조 작업을 안 했고, 수㎞가 넘는 컨베이어 벨트를 혼자서 점검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사건 이후에도 제철소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여전히 분진과 어두컴컴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씨는 이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로 인원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들었다.
그는 "4조 3교대가 도입되면서 인원충원이 필요했는데 거의 안 되고 있다"면서 "위험한 현장상황을 바꿔달라고 해도 위에선 원청에 얘기하겠다는 말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자신을 현대차 비정규직 판매사원이라고 소개한 김선영 판매연대지회장은 대리점 소장에게 폭행을 당한 사연을 전했다.
김 지회장은 "3년 전 노조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대리점 소장한테 1시간 가까이 맞아야 했다"면서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지속적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얼마 전 경기도 안산 현대차 남안산 대리점에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한 조합원이 해고를 당했다"면서 "소장한테 왜 해고당해야 하나 물었더니 그 조합원을 그 자리에서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동성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조선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락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발판을 설치하던 강모 씨가 20m 높이에서 추락한 사고를 설명하며 "조선소에서도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에서 상하작업, 동시작업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데 언제든 중대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정규직 대표 100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오는 21일 청와대를 향한 촛불행진을 예고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11월3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김용균씨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지만 막지 않았기에 사회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죽음을 막고자 한다면 우리들을 만나줄 것"이라면서 "청와대 앞에서 밤을 지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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