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의 역설…분양가 쌀수록 경쟁률은 떨어진다?

기사등록 2018/12/17 10:31:33

분양가 12억 초과 청약경쟁률 22.7 대 1

6억원 이상 아파트 분양비중 10% 돌파

고가아파트시장 호황·높은 시세차익 등 원인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개관한 '판교 힐스테이트 엘포레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몰리고 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관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견본주택에 오픈 첫날 3000여명이 다녀간 것을 비롯해 주말까지 총 1만1000여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2018.12.16.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고가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분양가 4억원이하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분양 청약자 유입은 늘어났다. 청약시 가격보다는 입지나 상품성이 더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17일 부동산정보 서비스 직방이 금융결제원의 올해 전국아파트 분양가격대별 1순위 청약결과를 분석한 결과 2억~4억원 이하는 7.2대1, 12억원 초과는 22.7대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분양가격대별 1순위 청약경쟁률은 2억원 이하가 0.4대1로 가장 낮았다. 4억원 이상 구간은 20대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비해 큰폭으로 증가했다. 저가 분양가일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1순위 청약미달률은 청약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4억원~6억원과 12억원 초과 분양가격대만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분양가 12억원 초과는 0.3%로 미달률이 가장 낮았다.

분양가 4억원 이상 구간이 높은 청약경쟁률과 낮은 청약미달률을 기록하며 양호한 분양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1순위 미달률은 분양가 2억원 이하가 73.1%, 2억~4억원 30.1%로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격대에서 높게 나타났다.낮은 분양가격이 청약수요를 유인하지 못하고 입지와 상품의 상대적인 열위로 인해 오히려 수요가 이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고가아파트 분양상품도 증가했다. 6억원이상 아파트 분양비중은 11.6%로 10%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7.8%에 비해 3.8%포인트 증가했다. 분양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2억~6억원 이하 분양가격대의 비중은 올해 86.6%로 지난해 88.6%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다. 특히 2억~4억원 이하 분양가격대는 65.1%에서 59.4%로 줄었고 2015년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6억원이상 아파트 분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2억원 초과 가격대 분양비중은 1.6%로, 2억원 이하 1.7%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높은 분양가에도 양호한 청약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건설사들에게는 분양가 인상에 따른 판매 부담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방은 "고가 분양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는 지역의 매매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고가 아파트 분양도 늘어났다"며 "신규 아파트 선호도가 증가하고 기존 강남구와 서초구의 신규 아파트가격이 급등한 것도 고분양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 선호를 자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분양보증 단계에서 고가 분양아파트의 분양가를 억제하는 것도 가격에 대한 청약 수요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근 아파트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약 수요가 유입되고 선호도가 높아지는 원인이 됐다.

직방은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며 "높은 분양가라도 입지와 상품성이 충분하다면 오히려 가격 수용도는 더 유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시장이 호황일때 나타나는 특성으로 볼 수 있어 향후 시장 트랜드로 굳어질지는 미지수다. 직방은 "고가 분양에 대한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줄어들고 가격 유연성도 높아지는 만큼 분양보증단계에서 분양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분양가 인상에 따른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매매시장을 다시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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