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지난 2013년 수주전 막판에 한국을 제치고 따낸 터키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단념하기로 방침을 세운 일본이 이번에는 3조엔(30조원) 규모 영국 원전 건설 계획을 상당 기간 연기할 처지에 빠졌다.
지지(時事) 통신과 닛케이 신문은 17일 일본 히타치(日立) 제작소가 영국에서 진행 중인 원전 건설 계획이 출자기업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히타치 제작소가 2019년 중에 내리려던 영국 원전 건설에 관한 최종 판단이 시행 주체인 현지 원전 자회사에 출자하는 기업의 선정을 연내에 마치려던 방침이 틀어짐에 따라 이처럼 연기될 공산이 농후해졌다고 전했다.
최종 판단이 미뤄지면서 2020년대 전반으로 설정한 영국 원전 운전 개시 시기도 순연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히타치는 영국 원전 자회사를 통해 이르면 2020년 중서부 앵글시 섬에 원자로 2기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히타치가 영국 원전 자회사에 대한 출자 비율을 현행 100%에서 50% 미만으로 내려 경영 리스크를 경감하려고 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히타치는 채산성 확보를 위해 영국 정부에 자금 지원 등을 구하는 교섭이 결착에 이르지 않으면서 본격적으로 출자기업을 모으는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히타치가 출자 협상을 벌여온 상대가 차례로 떨어져나가고 있다. 도쿄전력이 영국 원전 자회사에 출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울었고 주부(中部) 전력 등도 그 뒤를 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닛케이는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대형 사업인 만큼 출자기업을 찾지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히타치는 영국 원전 건설의 포기까지 감안하면서 사업 계속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앞서 닛케이는 지난 4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三菱) 중공업 등 관민연합이 터키 원전 프로젝트의 공사비가 애초 예상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터키 측과 조건 절충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사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터키 원전 건설은 일본 내에서 원전 신설 전망이 보이지 않은 속에서 일본의 인프라 수출전략의 핵심 사업이었지만 결국 무산, 원전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신문은 지적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과 프랑스 컨소시엄은 흑해 연안 터키 시노프에 원자로 4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초 2017년 착공해 2023년 1호기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계속 공기가 늦추졌다.
원전 건설을 맡은 미쓰비시 중공업은 지난 7월 말 사업 타당조사 보고서를 터키에 제출했다. 공사비를 상정한 것보다 배로 늘려 잡으면서 총사업비가 5조엔(50조원) 규모로 확충했다.
또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를 고려해 안전대책비도 대폭 올렸다. 여기에 터키 리라화 급락에 따른 환율 비용 증가도 반영됐다.
이를 감안해 미쓰비시 중공업 측은 총사업비 인상을 추진하고 원전 건설 후 전력 판매가와 자금 계획 등에 관해 터키 정부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경영진은 그간 "경제적 합리성 범위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터키 정부와 절충 실패로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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