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환영위원회' 충북 민주당 여성의원 동참 '논란'…보수계 반발

기사등록 2018/12/13 15:01:23

여성단체 "두 팔 벌려 열렬히 환영" 기자회견

자유한국당 "김정은에만 목 매는 민주당 경악"

육미선 도의원 등 "회견 보고 당황…발 뺄 것"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충북지역 진보단체 및 정당으로 구성된 제4차 서울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 충북여성 환영위원회가 1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 참여 명단에 더불어민주당 충북 지방의원 5명이 이름을 올렸으나 기자회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8.12.13. imgiza@newsis.com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염원하는 취지로 급조된 충북지역 여성단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지방의원 5명이 이름을 올려 적절성 논란을 빚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기구 구성원으로서 유권자 찬반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에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배포된 '제4차 서울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 충북여성 환영위원회' 기자회견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육미선 충북도의원과 유영경 청주시의원, 변은영 청주시의원이 공동대표로 등장했다.
 
같은 당 윤남진 충북도의원과 김도화 보은군의원은 참여자 명단에 각각 이름을 올렸으나 5명 지방의원 모두 기자회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 뒤 "지방의원 모두 자발적 참여를 했다"며 "의회 일정으로 불가피하게 (기자회견에)참여하지 못하게 된 점을 양해해달라는 뜻을 밝혀왔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을 얼마나 고대했던 일인가"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 팔 벌려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4차 서울남북정상회담 성사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160만 충북도민의 한결같은 바람인 전쟁 종식,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계 구축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전쟁 위협과 분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여성들이 앞장서서 평화운동을 실천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북의 아이들, 남녀가 서로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되기를 고대한다"며 "남북관계를 의심하고 방해하는 모든 세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견문에 이름을 함께 한 지방의원들의 적절성 논란은 곧바로 불거졌다.

민간단체야 얼마든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나 대의민주주의 대표성을 띤 지방의원으로선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해야 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왔다. 보수정당과 단체들도 즉각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주축이 된 일부 여성단체가 김 위원장 답방을 환영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당은 "한반도에서 평생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이루는 것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나 인권 등 의미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김정은 답방 일정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정부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이 나서서 답방을 재촉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고 무슨 속내를 갖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경제는 위기 상황이고 민생은 파탄 일보 직전인데 북한과 김정은에만 목을 매는 이 정부를 비롯한 민주당과 일부 단체들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누구의 지시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론을 호도하는 이런 불손한 행태를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 앞장설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몇몇 참여 의원들은 곧 발을 뺐다.

육미선 충북도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 뒤 단체 측에 공동대표 탈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전날 갑자기 연락이 와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했다"고 난색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충북지역회의 사회문화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통일에 관한 대승적 단체인 줄 알았다"며 "큰 틀에서 남북 평화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긴 하나 기자회견의 내용적 측면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변은영 청주시의원도 "전날 전화연락을 받고 대의적 차원에서 참여 뜻을 밝힌 것뿐"이라며 "정상회담 성사를 기원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단체의 주장에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박문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충북지역회의 부의장(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우려스러운 마음에 기자회견장을 찾아보니 실체도 없는 단체였다"며 "당내 협의 없이 의원 개개인이 행동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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