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 속도 조절 나서나…전문가들 전망 엇갈려

기사등록 2018/11/30 15:59:50 최종수정 2018/12/01 11:13:24

연준·파월, 잇따라 '중립금리 근접' 발언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에 증시 반등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준 이사회 회의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5일 성명에서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연준이 동원할 전략과 수단에 대해 2019년 폭넓은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8.11.16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발언이 이전보다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지지)적으로 이동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개한  11월 FOMC 의사록에서 12월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위원 대부분은 "또 다른 기준금리 인상이 곧 정당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부분이다. 더 큰 관심은 연준이 2019년 이후 금리 인상의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 지에 쏠려 있었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에서 발표한 점도표에서 내년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11월 FOMC에서는 통화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들이 적지 않았다. 회의록은 "몇명의 참가자들은 연방기금금리가 현재 중립 수준(중립금리)에 근접해 있을 수 있고, 금리의 추가 상승은 경제 활동의 확장을 과도하게 지연시키고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물가 상승이나 하락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뜻한다.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에 대한 FOMC 위원들의 우려도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회의록은 "여러 참가자들은 비금융 사업 부문의 높은 수준의 부채 비율이 신용 이용가능성을 떨어뜨려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또 "관세 강화와 무역 긴장의 잠재력도 경제 성장을 예상보다 더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28일 뉴욕 경제클럽 강연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당초 예상보다 완화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파월 의장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금리는 여전히 낮다"면서도 "성장을 가속화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경제에 중립적일 수 있는 수준 바로 아래에 있다"고 언급했다. 또  "사전에 설정된 정책경로는 없다"며 "향후 금융·경제 지표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에 매우 긴밀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3일 애스펀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금리가)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던 것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으로 이동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8일 2.50%나 급승해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2.30%와 2.95%씩 올랐다.

하지만 연준이 보내는 신호가 속도조절을 뜻하는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립금리 근접' 발언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톰 포첼리 RBC캐피털마켓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우리는 이것이 비둘기파적 이동이라는 시장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범위 바로 아래 있기 때문에 곧 멈출지도 모른다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연준이 중립금리보다 100bp(1bp=0.01%포인트)나 높은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끝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2019년에 점도표에서 예고한 것보다 많은 4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치우스는 파월 의장의 이번 언급도 "이전 발언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이번 강연에서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경제 과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지지)적 성격의 발언도 일부 내놨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최근 발언이 이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 세계 성장세 둔화, 유가 하락 등 주요 경제 이슈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 연준이 이에 대한 유연성이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오리건대의 경제학자 팀 듀이는 29일 페드워치 블로그에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는 실제보다 정책의 데이터 의존도가 더 낮았음을 보여준다"며 "(연준은) 추가 데이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연준은 실업율을 안정시킬 정도의 경제 모멘텀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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