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재판 '개인 위자료 청구권' 재확인…향후 쟁점은

기사등록 2018/11/30 14:08:20

대법 "징용 위자료,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 안 돼"

일본 전범기업에 책임 묻는 추가 소송 근거 강화

위자료 청구권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은 불명확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이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순례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2018.11.2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까지 개인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 있음을 재확인해 주목받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전날 고(故)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7)씨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근로정신대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두 사건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으로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던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인용했다.

이는 강제징용 등 일제강점기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 기업 측의 주요 주장을 대법원이 다시 한 번 부정한 셈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번 재판에서 "청구권협정으로 대일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피해자들이 위자료 지급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던 바 있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의 국교정상화 기조 아래 1965년 체결됐다. 이 협정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금전적 지원 관련 내용을 담은 동시에 '양 체약국과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문구 등이 들어 있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위자료 지급과 관련한 주요 쟁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위자료 청구권이 존재하고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도 않았다는 판단이 재확인되면서 당시 강제로 노무에 동원됐던 피해자 또는 유족들이 일본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강화된 셈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관련 피해자 규모는 한반도 내에서 노무자로 동원된 경우만 648만8467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18.11.29. photocdj@newsis.com
우리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이 제국주의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청구권협정은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인 채권·채무 관계에 관한 것이며, 협정 체결 당시 양국 정부가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반인도적인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존재하며 피해자들의 책임이 아닌 장애사유로 인해 행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아직 소송에 나서지 않은 다른 강제 노무 피해자들이 실제로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승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위자료 청구권 행사의 장애사유가 언제 해소됐는지에 대한 확립된 판단이 아직 없는 까닭이다.

현재까지 대법원이 인용한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사건 원심들은 '각 소송이 제기된 시점까지는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있다'고 대체로 개별적인 판단만을 했던 상태다. 이에 따라 위자료 청구권 행사의 장애사유 해소 시점이 언제인지 여부는 향후 관련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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