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를 보면, 북한은 애초부터 경제성장 생각 없었다"

기사등록 2018/11/30 12:00:00

KDI'북한경제리뷰' 실린 김두얼 명지대 교수 보고서

해방 이후 北철도 총연장규모, 일제치하 건설된 것 중 28% 불과

김일성, 중공업 우선 정책 천명하고도 철도에 '손 놔'

"지방 자급자족 경제체제 구축… 인구·물자 이동도 엄격 제한"

"주민통제 목적 위해 경제성장 가능성 희생시킨 셈"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내 경의선철도통문안으로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들어가고 있다. 2018.11.30.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근대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자 중공업의 핵심인 철도 사업이 해방 이후 북한에선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이를 토대로 북한은 애시당초 근대경제성장이란 걸 추진조차 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시작된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제11호에 실린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보고서 내용이다.

교통과 통신, 그리고 인터넷 등 사회기반시설은 근대경제성장의 기초로 여겨져왔다. 여기서도 철도는 그 시초 격이다. 철도를 통한 운송비용 감축은 큰 시장을 세웠다. 큰 시장에선 큰 수요가 나왔고 이에 맞춰 생산도 불어났다. 규모의 경제가 나타날 수 있었다.

 미국 경제학자 월트 로스토우(Walt Rostow) 등은 19세기 유럽의 공업화에서도 "철도의 확대가 중요한 기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공업 육성을 위해선 철도가 필수다. 대규모 공장을 건설해야 할텐데, 이 공장에 댈 원료를 전국 각지서 끌어 모으는 일을 철도가 해준다. 또 생산된 제품을 다시 전국으로 배송하는 일도 철도가 한다. 보고서는 "철도 건설은 중공업 우선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선 반드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부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53년 8월 열린 제6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자리에서 중공업 우선 정책을 천명한다. 이후부터 북한은 중공업 중심 전략에 기초해 의욕적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철도의 역할이 거의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방직후 1945부터 1990년까지 북한에서 이뤄진 철도 총연장 길이는 1200㎞다. 1900~1945년 사이 건설된 철도 총연장 길이의 28%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복선화'다. 철도 건설에서 복선화는 하나의 노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한국은 해방 이후 이 복선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1942년 궤도연장이 3045㎞이던 것이 1990년이 되면 6434㎞로 두 배가 불어난다. 사실상 전 구간이 전부 복선화된 수준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면 북한은 1945~1990년 동안 이뤄진 철도 복선화 구간이 고작 67.8㎞다. 종합하면 북한 철도는 일제 강점기에 대부분 만들어졌고, 해방 이후부턴 거의 방치됐단 이야기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운송량과 속도를 높여 철도망의 질을 제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이 왜 철도에 손을 놨을지는 다양한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 정부가 철도 건설의 필요성 여부 자체를 느끼지 못했거나 혹은 재원이 부족했거나 등이다. 다만 결론은 하나다. 보고서는 철도에 손을 놓은 북한은 경제발전에 실패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군(郡) 단위의 지방경제 체제를 구축한 것을 주목한다.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지방행정체계를 개편, 기존 89개 군을 168개로 늘린다. 북한 정부는 각 군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원료를 최대한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소비재를 스스로 생산·조달하는 정책을 폈다. 이를 위해 1958년에는 한 해 동안 전국에 1000여개의 지방공장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1960년대 북한 지방공업은 전국 '인민 소비품'의 54%를 공급하는 데 이른다.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려면 당연히 전국적 단위의 생산체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 북한은 왜 그랬을지 의문이다. 보고서에는 "정치적 목적을 달생하고자 경제발전을 희생하는 선택"이라고 적혔다. 보고서는 "북한 각 지역의 독자적 생존력을 높이고 대외의존도가 낮은 '자립경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정치적 통제의 강화 목적으로 지역간 물자 및 인구이동을 엄격히 제한해야 했던 것 역시 역시 북한이 철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자립경제노선은 지역주민 통제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정합적인 경제체계였다"며 "교통망 확대를 억제한 것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주민통제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발전 가능성을 희생시킨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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