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경비부장 "백남기 사건 이유로 靑이 내 승진 막아"

기사등록 2018/11/29 19:03:32

"다른 곳 지휘했던 내게 사건 책임 묻는듯"

"지난 인사 때 실패, 경기북부청 발령 요구"

"그런데 잔류 시켜…내부선 승진 기회 의미"

"또 승진 안 됐다는 건 결국 청와대 아닐까"

"경찰 미래 위해 항명했다…명예퇴직 신청"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송무빈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실에서 경찰청이 발표한 치안감 승진 인사와 관련, 취재진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 경비부장은 치안감 승진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며 정부에 국정조사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18.11.2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이 29일 오전 발표된 경찰청 치안감 승진 인사에 대해 공개 항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 부장이 이번 인사에 불만을 표출한 주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청와대가 '백남기 농민 사태' 책임을 물어 의도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경찰 승진 시스템 자체의 문제다.

◇"백남기 농민 사건, 내가 지휘한 곳 아냐"

송 경비부장의 날은 경찰보다는 청와대를 향해 세워져 있다. 자신이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이던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책임을 청와대가 자신에게 물어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승진을 시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송 부장은 이날 서울경찰청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나는 그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당시 집회가 대규모였고, 광화문 일대 세 군데로 나뉘어져 진행되다보니 경찰은 사실상 지역별로 담당을 둬 집회 통제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당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서린로터리(종로구청 사거리)는 4기동단장이 직접 살수 지휘를 했고, 자신은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태평로(시청~동아일보)를 맡아 지휘 중이었다고 밝혔다.

송 부장은 "불만이 청와대에 있는 건가, 경찰청장에 있는 건가"라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래도 청와대 쪽이 더 강하다. 경비부장 자리는 1~2년이면 승진이 다 된다. 이 자리가 업무강도가 세서 조직 차원에서 승진을 많이 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나는 3년을 하고도 안 되니까 좀 문제가 있다. 난 촛불집회 (평화적) 관리의 상징적 인물로 이 정부 들어 언제나 승진 0순위였다. 청와대가 (경찰 조직의 얘기를) 뭔가 수용 안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승진 실패 이유를 경찰대 1, 2기를 승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찰대 특정 기수 배제론'으로 여겼다고도 했다. 송 부장은 경찰대 2기다.

또 지난 7월 인사에서 승진에 실패했을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보내달라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요청했는데도 자신을 잔류시킨 건 기수 배제론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승진하지 못한 인사가 전출을 희망하면 이를 잡지 않는 게 경찰 관례이다. 굳이 남겨놓은 건 기회를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경무관 중 가장 업무 강도가 높은 경비부장을 3년을 하고도 치안감이 되지 못한 건 청와대가 자신에게 백남기 농민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가 경찰대 3기 아래에서 꼭 승진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부장은 민 청장이 청와대에 "송 부장과 백남기 농민 사건은 무관하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 같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현섭 기자 =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이 29일 오후 출입기자단에게 전한 고위직 인사결과 항의 문서. 2018.11.29afero@newsis.com
◇"치안감 승진 시스템 기준 전혀 없어"

송 부장은 경찰 치안감 승진 방식에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기회에 (청와대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적부(適不)를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앞서 기자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치안감 승진시 '경무관 최소 경과 연도'를 신설하고 ▲치안성과, 인사고가 등 '경무관 평가시스템'을 신설하며 ▲예측가능성 있는 인사시스템을 만들고 ▲대상자 공개 및 검증 등 인사 과정과 대상자 중간 통보 등 절차를 투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고생에 대한 보상이 공무원 사회의 상징인데, 그게 안 되다보니 직원들도 저렇게 고생한 사람(송 부장 자신) 왜 (승진) 안 시키나 하는 여론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히면서 "이제 벗어나고 싶다. 승진 때만 되면 피가 마른다. 아내까지 고통을 받는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명확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신의 인사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취지를 전했다.

 송 부장은 경찰 역사상 이례적인 '인사 항명'을 한 이유를 "경찰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인사는 만사다. 공직사회 인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돼서 누구든지 공감하는 인사가 돼야 한국도 발전한다"며 "이 기자회견 때문에 나는 (승진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1년6개월을 버리는 거다. 내가 경찰 더 하는 것보다 이 기회를 통해서 이렇게 밝히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송 부장 주장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정권 인사가 보복성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 "내용이 구체성이 떨어진다"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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