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文, 안희정을 당 대표로 원한다고 김경수한테 들어"

기사등록 2018/11/28 15:02:37

"김경수한테 文 관심사 전해 듣고 흥미…허락 받아"

"안희정 당 대표로 만들고 싶어하니 도와달라는 것"

"차기 대선 안희정, 김경수가 최종 경선 붙는 구도"

"삼성이랑 네이버 건들지 말라는 말에 기분 나빠"

특검, 드루킹 '뇌물 공여' 혐의에 징역 10개월 구형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드루킹' 김모씨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댓글 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모(49)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를 당대표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그걸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뇌물공여 등 2차 공판 증인신문에서 공범 '성원' 김모(43)씨 등 변호인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김 지사로부터 전 보좌관 한모(49)씨를 소개받은 경위를 설명하면서 "지난해 6월7일 김 지사를 만났을 때 (저희가 만든) 대통령보고서가 문 대통령에게 잘 들어갔냐고 물었는데, 저희 조직에 중요한 것이었고 당시 문 대통령이 보고서를 수락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이 봤는데 그런 방식으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은 거절한 걸로 이야기했고, 보고서에 있는 기업인 삼성이랑 네이버는 건들지 말라고 해서 저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며 "더 이상 문재인 정부와 추진할 게 없지 않냐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그 직후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이 안 지사를 당대표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며 "안 지사가 당내 조직기반이 없으니 너희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이 안 지사에게 가서 돕는 형태로 하는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김씨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를 느껴서 동의하고 그 이후에도 김 지사와 관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후에도 김 지사가 지난해 7월초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인데, 지난번에 말한 것을 허락받았다. 너는 스탠바이하고 기다리고 내가 문 대통령하고 안 지사를 설득하면 그 때 움직여라"고 말했다는게 김씨 주장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23. photocdj@newsis.com
김씨는 지난해 8월 김 지사의 보좌관이었던 한씨와의 술자리에서도 이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한씨가 원래 5월 대선이 끝난 후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기로 돼있었는데, 2명 중 1명이 누락됐고 그게 자신이라서 미안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섭섭해했다"며 "김 지사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의원님 밑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상당히 토로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한씨가)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차기 대선구도는 안 지사, 김 지사가 최종경선에서 만나서 붙는 구도를 원하고 있고 안 지사를 키워서 최종 경선 구도에 올리려는 것"이라며 "자신이 두 사람을 겪으면서 느낀 바로는 김 지사가 그 때 가서 양보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따라다니다가 또 물먹을 것이라 안 지사 쪽으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날 '드루킹' 김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공범 '성원' 김씨, '파로스' 김모(49)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4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지사 보좌관 출신 한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4일 오후 2시 한씨에 대해서만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드루킹 일당은 별도로 진행되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과 함께 병합해서 선고가 이뤄진다.

드루킹 측은 한씨에게 인사 청탁 등 편의 대가로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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