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유조선 20여척 북한항구 148회 출입…"최대압박,희망일 뿐 "

기사등록 2018/11/28 08:43:12 최종수정 2018/11/28 09:14:43

WSJ, 유엔 등의 제재 위반 선박 40척 조사중 보도

"불법 유류 수입으로 평양의 휘발유 가격 안정돼"

【서울=뉴시스】지난 6월 2일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 호(위쪽)가 해상에서 북한 명류 1호에 유류를 불법 환적하고 있는 모습. 두 선박 사이에 호스가 연결돼있는 것이 보인다. 미 국무부 내 국제안보비확산(ISN)국은 26일 트위터 계정에 지난 5월과 6월에 이뤄진 북한의 불법 유류 환적 현장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출처: INS 트위터> 2018.10.28
【서울=뉴시스】강영진기자 =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대외교역을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크게 강화했지만 수억 달러어치의 석유와 석탄 및 기타 상품들을 실은 선박들이 북한 항구를 계속 드나들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들 선박들이 북한과 연관성을 감추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선원들은 세관 통관 품목을 허위로 기재하고 선박명을 가짜로 쓰며, 항해중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거나 다른 나라의 선박으로 인식되도록 신호를 조작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비공개 문서와 미 당국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수십척의 선박과 회사가 북한의 불법 교역에 연관돼 있다고 WSJ는 밝히고 북한은 이들 선박들의 활동과 선박 소유주 변동을 해운과 경제를 유지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20여척의 유조선이 북한 항구를 148차례 드나들면서 정제 석유 제품을 수송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 선박들은 바다 위에서 환적하는 방식으로 불법 교역을 감추고 있다고 유엔 관계자는 덧붙였다.

WSJ는 이들 유조선 대부분이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로 다니며 한 선박은 세차례나 북한을 드나들었으며 이들 선박들이 적재 용량을 모두 채워 북한으로 갔다면 유엔이 정한 상한선 연 50만 배럴의 5배를 수송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과 각국 정부는 대만에서 토고까지 이르는 각국에 등록돼 있는 40척의 선박과 130곳의 회사들이 북한 석유 수송에 관여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북한을 모니터링하는 관계자들은 이들 유조선과 다른 수십척의 화물선들이 거의 200차례에 걸친 불법 석유 및 석탄 운송에 관여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외에도 파악되지 않는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WSJ는 이같은 선박 운송 방법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북한의 휘발유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같은 선박간 환적 거래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몬테레이 소재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아 버거는 "최대 압박은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아니다. 북한은 모든 속임수를 동원하고 있고 속임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2016년 홍콩에서 자본금 1300달러(약 147만원)로 설립된 장안해운기술주식회사 소유의 북한 관련 선박의 속임수 사례를 자세히 전했다.

지난 2년 동안 이 선박은 4개 국적으로 깃발을 바꿔 달면서 위조 서류와 허위 항만 대기요청하는 방식으로 수십만 달러어치의 북한 석탄을 운송했다. 이 배는 처음 잔지바르에 편의 치적했으나 잔지바르 해운 당국이 북한의 편의치적 선박이 급증하는 것을 우려해 45척 선적을 삭제하면서 장안호는 후아푸호로 이름을 바꾸고 피지 국기를 달았다. 그러나 피지 당국은 이 배가 등록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안호 외에도 잔지바르에서 쫓겨난 5척의 선박이 피지 국기를 달고 항해했다.

【서울=뉴시스】지난 6월 7일 뉴리전트호(오른쪽)가 해상에서 북한 금운산 3호에 유류를 불법 환적하고 있는 모습. 두 선박 사이에 호스가 연결돼있는 것이 보인다. 미 국무부 내 국제안보비확산(ISN)국은 26일 트위터 계정에 지난 5월과 6월에 이뤄진 북한의 불법 유류 환적 현장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출처: INS 트위터> 2018.10.28
피지 당국이 의심하면서 후아푸호는 잠시 북한에 등록했으나 항해중에는 피지선적이라는 신호를 계속 내보냈으며 두달뒤 파나마로 선적을 바꿨다.

지난해 유엔의 북한 석탄 수출 금지가 발효된 이후 이 배는 중국 항구에 기항했던 것처럼 속이기 위해 2주 동안 중국 해안을 선회하면서 적재량이 늘어난 것처럼 선박 홀수 신호를 허위로 전송했다. 그 뒤 이 배는 5일 동안 신호 전송을 중단하고 북한 남포항으로 가서 80만달러 상당의 석탄을 싣고 베트남으로 운송했다. 세관서류에는 석탄이 중국산으로 적혀 있었다.

이후 베트남 당국이 후아푸호의 입항을 거부하자, 나진항에서 실은 석탄을 바다위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은 것으로 유엔은 파악하고 있다. 유엔이 지난 3월 후아푸호를 제재 대상으로 명기한지 얼마 안되서 홍콩의 선박 소유회사가 해산했으며 이후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WSJ는 미국, 호주, 일본을 포함한 5개국의 정찰기가 아시아 해역에서 북한 선박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하고 70만평방마일에 달하는 넓은 해역에서 불법 교역을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감시작전 합동 사령관인 호주의 멜 허펠드 중장은 "짚 덤불에서 바늘 찾기"라고 말했다.

WSJ는 북한이 이런 속임수를 이용해 수십년 동안 불법 교역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터득한 방식으로 제재가 급격히 강화한 뒤에도 선박들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평가에 따르면 2016년 북한 선박들은 합법적으로 28억 달러 상당의 석탄, 해산물 등을 수출하고 석유를 수입했다. 북한은 또 마약과 위조 담배 등을 해상을 통해 불법 거래했다. 2013년 쿠바에서 북한으로 무기를 실은 선박이 적발된 이후 북한은 북한 선적 선박들을 해외 기업 소유로 대거 전환했으며 한 회사가 한 척의 배만을 소유하는 방식을 통해 적발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북한 선박들은 제재가 강화되자, 선박 송출 신호를 켜지 않고 운항하고 있으며 해상에서 선박간 화물 환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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