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감식 소방당국 "안 울리게 버튼 눌린 것 보여"
"자동화재탐지기 수신기·감지기 자체는 오류 없어"
담배연기 등 오작동 이유로 눌러놨을 가능성 있어
경찰 "관리 부실 여부 등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지난 10일 합동감식에 참여한 소방당국 관계자는 "(감식 당시) 자동화재탐지 설비 수신기에 경보벨이 작동되지 않도록 '주경종버튼'과 '지구경종버튼'이 눌려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12일 밝혔다. 주경종·지구경종 버튼은 눌려져 있을 경우 화재 위험이 감지돼도 경보벨은 울리지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해당 고시원에는 설치 의무에 따른 단독경보형감지기와 고시원 관리자가 추가 신청한 자동화재탐지 설비로 두 가지 경보시설이 설치돼있었다.
각 방에 모두 설치된 단독경보형감지기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감지해 경보음이 울린다.
자동화재탐지 설비는 건물 곳곳 화재발생 신호를 잡아 전체에 경보를 울린다. 국일고시원의 경우에는 2~3층에 설치됐기 때문에 고시원 어느 곳이든지 불이 나면 2~3층 전체에 경보가 울리는 식이다.
중앙소방학교의 지난해 신임교육과정에 따르면 자동화재탐지 설비는 연기나 불꽃 등의 신호를 자동으로 발신하는 감지기, 화재발생 신호를 보내는 발신기, 발생 신호를 수신해 화재 위치를 표시하고 경보장치 등에 작동신호를 발신하는 수신기,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음향장치 및 시각경보기(경보장치) 등으로 구성돼있다.
국일고시원의 경우 감지기가 고시원 2~3층 각 호실에 설치돼있었으며 수신기는 건물 4층 옥탑에 설치돼있었다.
합동감식에서 자동화재탐지 설비의 감지기와 수신기 자체는 정상 작동됨이 확인됐다. 다만 수신기 내 경보장치가 울리는 버튼이 작동되지 않도록 눌려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감지기가 열과 연기를 제대로 감지하고 이를 수신기까지 정상적으로 전달했으나 정작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줄 경보벨은 울리지 않았다.
일부 대피자들이 경보벨 소리를 들었다고 현장 대원에게 이야기한 것을 고려할 때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정상 작동했으나 자동화재탐지기 설비의 경보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소방 관계자는 "평소 담배연기나 미세먼지가 많은 곳의 경우 감지기가 이를 화재 발생신호로 감지해 수신기로 전달하고 이에 따라 벨이 울리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다보니 경보장치가 울리지 않도록 해놓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당국은 불에 의해 경보벨 장치가 자동적으로 눌렸을 가능성과 함께 거주자들이 대피 도중에, 혹은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해당 장치를 꺼놨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경보기기들 자체 결함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결과가 나오면 알게 될 것"이라며 "자동화재탐지기의 경보벨 작동 장치를 껐는지 여부 등은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참사 관련해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강력·형사팀 21명, 지능팀 8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한 종로경찰서는 "평소 경보장치가 울리지 않게끔 관련 버튼을 눌렀던 것인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뿐만 아니라 경보 기기 자체 결함에서부터 관리 부실 여부, 불법적으로 방을 늘려 건축했는지 여부는 물론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합동감식 후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전기 히터, 콘센트, 주변가연물과 경보장치 등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감식 결과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대 3주가 걸릴 전망이다.
newkid@newsis.com